중국 산둥성의 최대 경제도시 칭다오 거리 곳곳에는 유난히 유명 상표를 딴 것이 많다.

하이얼로,하이신 입체교,오크마 입체교 등이 그것이다.

칭다오는 이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칭다오에는 중국의 간판기업들이 유난히 많다.

칭다오맥주는 세계 1위 맥주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팔고 있는 업체다.

칭다오시의 위총 부시장은 "유명 기업들이 한 곳에 밀집한 것을 '칭다오 현상'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칭다오가 '외자유치'와 함께 '유명기업 육성'을 양대 수레바퀴로 삼아 산둥반도의 제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명기업이 많은 비결은 간단했다.

1903년 세워진 칭다오맥주 제1공장에서 만난 리구이룽 회장(64)은 "정부가 회사의 독립경영을 인정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명기업 대부분 정부가 일정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나 정부는 지분 만큼의 대주주로만 활동할 뿐 이사회에 철저하게 경영을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칭다오맥주의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회는 10명으로 이뤄졌으며,그 중 6명이 사외이사다.

리 회장은 34%의 정부 지분을 대표해 지난 96년 시 관료에서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시 계획경제위원회 주임을 맡았던 그가 이끄는 사회주의 국가 국유기업의 경영방식은 자본주의 국가 공기업에 비해 훨씬 시장친화적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리 회장은 부임 이후 이사회에 지분관계가 없는 인사를 참여시키는 등 독립성을 강화시켰다.

칭다오맥주가 지난 93년 홍콩증시,상하이증시에 동시에 상장해 정부 단일 지분으로 구성된 국유기업의 소유구조를 주식제로 전환한 것도 독립경영의 발판이 됐다.

칭다오맥주의 경영방식은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개혁 방향과 일치한다.

주식제로의 전환이나 정부 간섭 없는 이사회에 의한 독립경영 등이 그것이다.

칭다오시는 중국의 간판기업 육성에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의류 인디안모드로 유명한 한국의 세정이 합작투자한 칭다오세정악기는 지난해 중국에서 피아노를 가장 많이 수출한 기업으로 부상했다.

공장 가동 2년 만에 순익을 실현했다.

천만영 부장은 "정부의 긴축조치로 두달여 전 자금회수 압박이 들어왔을 때 시 정부의 배려로 자금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소개책자에는 중국 본사 한국 지사로 표기돼 있다.

천 부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생산관리 연구 마케팅 등 대부분 핵심인력이 칭다오공장에 상주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투자주체는 한국기업 세정이지만 악기사업의 본사는 사실상 중국에 있는 셈이다.

칭다오시는 가전 석유화학 조선·컨테이너 자동차·기차 등의 4대 공업기지 건설을 내걸고 중국의 간판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7일 중국선박중공집단과 중국 최대 선박수리 기지를 구축키로 전면적인 협력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칭다오=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