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대규모 공급계약'에 대한 주의보가 내려졌다.

휴대폰 수출 계약을 맺었던 코스닥기업 가운데 수출물량이 당초 계약을 훨씬 밑돌거나 아예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휴대폰 신흥 수요국과의 수출 계약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내용 밑도는 납품규모

텔슨전자는 최근 "중국 헤이룽장성 무역공사와 지난해 11월 체결했던 듀얼 폴더형 휴대폰 단말기 20만대의 수출 계약이 지연되고 있다"며 "지난달 말로 돼있던 계약기간을 재협의 중"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말기 모델이 이미 6개월 이상 지난 '구형'으로 전락해 기존 계약물량을 전부 수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가텔레콤도 이달 초 공시를 통해 홍콩 베넥스인터내셔널에 2천대를 수출한 후 거래를 종료했다고 공시했다.

기가텔레콤은 원래 이 회사와 지난해 7월 4만대를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계약물량의 5%만 수출한 셈이다.

VK도 지난 2002년 말 인도에 1백50만대를 수출키로 했으나 지난해까지 계약물량의 0.07%인 1천1백대를 공급하는데 그쳤다.

회사측은 인도측이 최소 공급물량도 채우지 못해 계약을 해지했다고 해명했다.

◆신흥 수요국 '경계령'

휴대폰 수출 불발사태가 잦은 이유는 휴대폰 업계의 계약관행이 상당 부분 작용한다.

휴대폰 수출계약은 MOU(양해각서) 수준이어서 강제력이 약하다.

수출도 발주업체들이 일부 물량을 받아 시장에 풀어놓고 반응이 좋을 경우 신용장을 개설해 본격적으로 공급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신증권 이영용 연구원은 "휴대폰은 제품 수명주기가 짧고 디자인 등에 따른 경쟁이 치열해 수입업체들이 리스크를 줄이려고 이런 방식으로 계약한다"며 "제품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기 때문에 가격에 따른 이견으로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체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한 휴대폰 업체 관계자는 "중국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경우 수요예측이 힘들다"며 "이 때문에 수입업체들이 '잘팔리겠다'싶으면 일단 대규모 계약을 해놓았다가 반응이 안좋으면 일방적으로 추가 오더를 취소한다"고 하소연했다.

◆업계 공시관행 바뀌어야

공급계약 체결과 무산 등으로 주가가 급등락함에 따라 업체들은 계약 규모만 부각시켜 공시할 게 아니라 실제 공급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시 공시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공급계약 무산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실제 공급규모가 당초 계약의 50%에 못미칠 경우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영용 연구원은 "공시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수입업체의 지명도와 국내 업체와의 관계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반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상의 계약 진행상황을 체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