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경기회복을 낙관하던 한국은행마저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내수침체, 투자부진의 늪이 그만큼 깊어지고 있고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은이 수정 전망한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5.0%.

연초 예상했던 5.6%에 비해 0.6%포인트 낮췄다.

당초 3.2% 늘어날 것으로 봤던 올해 민간소비가 0.5%에 그치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6.5%에서 3.1%로 낮아질 것으로 본게 성장 전망치 하향 조정의 주된 요인이다.

한은은 특히 "소비와 설비투자가 기대 만큼 회복될 계기를 찾지 못하면 4ㆍ4분기 경제성장세가 상당히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성장률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연간 성장률로 보면 5.2%로 연초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볼 때 한은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 재정집행 등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당초 올 성장률이 상반기 4.8%, 하반기 5.6%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수정전망에선 상반기 5.4%, 하반기 5.0%로 바뀌었다.

올해 1ㆍ4분기가 경기 정점이었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한은은 또 하반기중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의 2.9%에서 3.6%로 0.7%포인트나 높여잡았다.

물가불안은 얼어붙은 내수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스럽다.

예상치가 빗나가긴 했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다.

당초 예상치가 60억달러였지만 기록적인 수출 증대에 힘입어 연간 2백2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게 한은의 전망이다.

그러나 수출 증가율은 추세상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에서 '외끌이 성장동력'조차 힘을 잃어 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경기 전망과 관련, 한은은 상반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민간소비가 하반기중 1.9% 성장세로 돌아서고 설비투자도 5.9%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4월에 내놓았던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에 이번 수정 전망도 그다지 의미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LG경제연구원은 하반기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률을 하반기 4.8%, 연간 5.0%로 예상해 지난 4월 전망치보다 각각 0.8%포인트, 0.6%포인트 낮춰잡았다.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유가와 미국 금리인상, 중국 긴축정책 등 대외적 요인도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용준ㆍ이정호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