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생각과 판단'은 지난달 15일 국무회의에서의 언급과 궤를 같이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갔다.

당시 노 대통령은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운동 내지 퇴진운동"이라고 스스로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을 먼저 거론하면서 반대론을 공박하고 나섰다.

이같은 배경에는 반대주장이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게 깔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인천지역 혁신발전 5개년계획' 토론회에서 행정수도 이전 반대주장의 부당성을 거론하면서 "대단히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도 "이전 기관의 범위에서 생기는 논란으로 대대적인 (반대)공세가 시작되는데 이는 상당히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공세"라고 지적했었다.

결국 정치적으로 대통령 흔들기의 일환으로 행정수도를 반대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이 토론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부종합청사 앞에 거대한 빌딩을 가지고 있는 신문사'들이 앞장서서 반대를 주도한다며 다소 감정적으로 보이는 대응도 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기하고 있는 △재원조달문제와 △통일대비 수도 △안보적 취약성 여부 △사법부 등 다른 헌법기관의 동반이전 여부 △수도의 정통성 문제 등을 '정치적인 이유'로 규정해 버린 노 대통령의 발언은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강력 반발했다.

김덕룡 대표 권한대행은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더니 이제는 그렇게 얘기하는가"라며 "'짐이 곧 국가'가 아닌데 말을 가려서 해야…"라고 비난했다.

이한구 정책위 의장도 "노 대통령이 불신임을 거는 게 그렇게 많으니 불안해 살 수 있겠는가"라며 "수도이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문제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대변인과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 등도 "수도이전 문제를 탄핵때처럼 싸움거리로 만들고 있다"며 "어떻게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지지기반 근거로 삼는지 기가 막힌다.

노 대통령은 왜 지지율이 떨어지는지 생각해보라"고 몰아세웠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심스런 태도도 보였다.

앞서 재신임 발언과 탄핵정국에서 노 대통령의 전략에 휘말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수도권과 지방의 빅딜'이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이날도 수도권 규제개혁문제와 행정수도의 연관성을 재차 자세히 설명해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의 향방이 주목된다.

허원순·홍영식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