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권 최대 경제국 독일이 깊은 동면(冬眠)에서 깨어나고 있다.

지난 3년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독일 경제는 최근 수출증가에 힘입어 생산과 제조업 주문이 살아나면서 회복국면에 들어선 듯한 징후들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경제노동부는 8일 "지난 5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1%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0.2%)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5월 중 제조업 주문도 해외 바이어들의 수요 증가로 전월 대비 1.6% 확대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독일 유럽경제연구소(ZEW)에 따르면 지난 6월 경기기대지수는 올 들어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기관투자가 애널리스트 등 3백10명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경기기대지수는 6월 전달보다 1.0포인트 오른 47.4를 기록,상승반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독일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각각 0.2%포인트 올린 1.8%와 2.0%로 예상했다.

베를린 독일경제연구소(DIW)는 "독일이 경기순환의 상승국면 초기에 서 있다"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8%와 2.1%로 상향 조정했다.

라이니시 베스트팔렌 경제연구소(RWI)도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2%포인트 올린 1.5%로 높여 잡았다.

그러나 경계의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 독일 경제의 자생력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세계경기 활성화에 따른 부수적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소비가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지난 6월 중 실업자 수가 올 들어 처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6월 말 현재 독일 실업자 수는 전월 대비 1천명 줄어든 4백36만9천명,실업률은 10.5%에 이른다.

산업생산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독일 자동차업계가 올 내수 판매실적 예상치를 오히려 하향 조정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달 초 독일 자동차 산업협의회는 내수판매 실적 지표인 올해 신차등록 예상치를 당초의 3백35만대에서 지난해 수준인 3백24만대로 내렸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