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정치를 다짐했던 여야가 17대 국회 시작부터 '상쟁'으로 치닫고 있다.

자리다툼으로 한달을 허비했던 여야가 신행정수도 이전과 예결위의 상임위화,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약칭 고비처) 기소권 부여문제,추경안,실명제투표 등 현안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예결위의 상임위화를 추경안 처리 등과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민생안건의 회기내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맞서있는 쟁점은 예결위의 상임위화다.

한나라당은 9일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예결위의 상임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야관계가 파탄날 수 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관철시키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법안을 15일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최구식 원내부대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지만 예결위의 상임위화 문제를 추경과 연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당장 예결위를 상임위화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추경안 처리 등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추경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기금관리기본법 등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며 "이들 안건은 당파적 이해를 떠난 것이므로 한나라당이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고비처 기소권 부여를 놓고도 맞서 있다.

열린우리당은 검사파견제 도입 등을 통해 기소권을 부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한나라당은 기소권 부여는 물론 고비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체포동의안 등 인사문제에 대한 실명제 투표 도입문제를 놓고도 대립각이 서 있다.

열린우리당이 실명제 투표법안을 제출하자 한나라당은 이를 '반부패'의 대표적 법안으로 규정하면서 "무기명 투표 폐기는 시대의 역행"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같이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뒤로한 채 대결정치로 치달으면서 "16대 국회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