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기업의 로비스트 활동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로비법'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은 원칙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다.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한 기업이나 이익단체들의 로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인데도 법적 근거가 없어 오히려 음성적 뒷거래를 부추기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의 불법정치자금 제공,대형 국책사업 등을 둘러싼 비리사건이 터져나올 때마다 미국과 같은 로비스트 양성화 필요성이 제기되고,법제화 움직임도 있었지만 로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의 로비활동을 보장하고 그 내용이 공개되도록 하면 정책결정이나 입법과정이 보다 투명해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이해가 상반된 쌍방에게 공평한 로비와 공개적 토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로비가 원천적으로 금지됨으로써 정책제안과 토론보다는 각종 연고를 동원한 청탁이나 뇌물제공 등 뒷거래를 통해 정책결정과정이 왜곡되는 경우마저 적지않았다.

물론 로비활동 양성화로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얽힌 정치·사회적 풍토에서 음성적 로비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더구나 영향력이 큰 로비스트들의 활동공간만을 넓혀줌으로써 기업부담을 키우고,정책대결보다는 얼마나 역량있는 로비스트를 고용하고,돈을 얼마나 쓰는가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는 부작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로비법이 유명무실화되지 않고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로비스트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가 중요하다.

로비활동의 범위를 폭넓게 규정하되,누가 로비를 하는지,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모두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입법에 앞서 제도의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 좀더 다각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