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4분기중 출범 예정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자산운용 범위가 대폭 제한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KIC에 운용을 맡길 외환보유액을 부동산이나 사모펀드 등 위험자산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필요할 경우 한은이 즉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외환보유액의 기본틀을 훼손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KIC의 운용방식이 '한은 주도형'으로 결정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KIC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외환보유액의 일부가 해외 유수은행에 위탁운용되고 있는 터에 굳이 KIC를 따로 설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한은의 판정승?

박승 한은 총재는 지난 8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IC 초기 운용자금 2백억달러 가운데 30억달러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마련하고 1백70억달러는 외환보유액으로 채우기로 결정했다"며 "그러나 운용방식은 (한은이 전체적인 투자지침을 정하는) '위탁'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일부를 KIC에 제공하더라도 운용에 대한 권한은 한은이 가져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재경부와 한은은 그동안 외환보유액 운용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재경부는 KIC에 자산운용에 대한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예탁'방식을 주장해왔다.

반면 한은은 국가 준비자산인 외환보유액의 성격상 돈을 맡기는 쪽에서 운용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위탁'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KIC에 투입되더라도 여전히 외환보유액 산정에 포함될 수 있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이 정한 몇 가지 조건을 붙인 것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운용지침은 향후 KIC내에 설립될 자산운용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IMF는 외환보유액 산정 기준으로 △부동산 및 사모펀드 투자금지 △필요시 즉시 회수가능 △보름마다 자산운용 내역 보고 등을 들고 있다.

이 기준에 어긋나면 외환보유액에 포함시킬 수 없다.

○다시 불거진 'KIC 무용론'

KIC 자금운용폭이 이처럼 좁아지자 일각에서는 KIC를 통해 자산운용시장을 활성화하려던 정부의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KIC 투입자산에 '언제든지 회수가능해야 한다'는 꼬리표를 붙이면 어떻게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겠느냐"며 "기껏해야 해외 우량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할텐데 이럴거면 뭐하러 많은 돈을 들여 KIC를 설립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재경부는 'KIC 무용론'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

관계자는 "KIC가 운용하는 자금에는 몇 가지 투자금지 항목 외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은이 외국계은행 위탁운용자금에 적용하는 '포지티브(positive)방식'(투자가능한 자산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에 비해 자산운용의 폭이 훨씬 넓다는 설명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