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늪을 헤매던 국내 TV시장에 요란스런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디지털TV 전송방식이 확정되면서 방송사들이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 준비에 나서자 디지털T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업계와 협력해 가격이 저렴한 "국민 디지털TV"를 보급하겠다는 방침까지 마련하고 나서자 업계는 TV 교체기를 앞당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TV 메이커들은 가격을 보다 낮춰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교체수요를 잡아라


2백50만대 규모의 국내 TV시장에서 디지털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만대 정도.


하지만 디지털 TV시대의 본격 개막으로 TV 교체 주기가 종전 8.9년에서 2년 이상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송방식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동안 TV 구입을 미뤄왔던 대기수요도 폭발적으로 밀려들 전망이다.


결국 올해 디지털 TV시장 규모는 최소한 70만대까지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보다 20만대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내년에는 1백만대선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값싼 아날로그 TV의 교체수요를 디지털 TV가 급속하게 먹어들어가는 양상이 최소한 3∼4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백만원 이하의 보급형 디지털 TV 양산에 대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월 1만5천대씩 팔리고 있는 32인치 브라운관 일체형 TV가 월 7만대 이상 판매된다면 가격을 현행 1백40만원에서 90만원대로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소니 JVC 등도 강자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디지털 TV 판촉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 착수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셋톱박스를 달아야 하는 분리형 TV 대신 일체형 TV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전면 수정하면서 이미 출시된 분리형에 대해서는 셋톱박스를 끼워 할인 판매하는 '패키지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또 이미 분리형을 구입한 고객들을 위해 셋톱박스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


◆불붙은 유통 전쟁


그동안 내수 불황에 따른 매출 부진에 시달려온 가전 유통업체들도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다.


하이마트는 이달말까지 전국 2백50개 직영점에서 '올림픽은 DTV로,DTV는 하이마트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삼성 42인치 프로젝션 TV는 20만원 할인된 1백74만원,LG전자 45인치 프로젝션 TV는 30만원 할인된 1백89만원에 판매한다.


전자랜드21은 7월 한달간 '디지털TV 가격 감동 하하(夏夏) 대잔치'를 펼치기로 했다.


LG전자 JVC 등의 제품을 최대 10∼20% 할인 판매하고 브랜드별로 셋톱박스 등의 사은품을 증정한다.


테크노마트 역시 12일부터 31일까지 디지털TV 할인행사를 열고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의 주요 모델을 10∼15% 싸게 판매할 계획이다.


조일훈·송주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