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제재로 한 파트릭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내용은 독특하다.

악취로 뒤덮인 18세기 파리에서 태어난 주인공 장 그르누이는 아름다운 처녀들을 살해해 만든 황홀한 향수 덕에 사형대에서 풀려나지만 냄새에 취한 군중에 의해 잡아먹힌다.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냄새엔 이처럼 기묘한 힘이 있다.

냄새는 누군가를 연상시키고 특정한 장소와 상황을 기억하게 한다.

냄새에 대한 느낌은 대개 비슷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다.

휘발유 냄새는 좋은데 향수냄새만 맡으면 머리가 아픈 사람도 있다.

냄새에 대한 인식은 또 경험과 정서에 영향받는다.

솔향기도 티슈엔 안쓰고,달콤한 캔디향도 치약엔 금물이다.

냄새가 치료 효과를 갖는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플루타르크는 이집트 향료 키피에 대해 "근심을 덜고 꿈을 밝게 하며 영혼을 치유한다"고 했거니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사람들은 향기가 심신을 다스린다고 믿었다.

자연물에서 추출한 에센셜오일(精油)을 이용,건강과 미용을 도모하는 아로마테라피(향기요법)도 냄새의 그같은 힘에 기초한다.

아로마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라벤더 이랑이랑 카모마일은 진정 역할,로즈마리 페퍼민트 레몬은 집중력 향상에 좋고,라벤더 타임 로즈마리는 실내공기 정화,이랑이랑 제라늄 자스민은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안데스산맥의 무냐무냐는 복통,매운 냄새가 나는 비라비라는 감기와 혈액순환 증진에 좋다는 기록도 나온다.

웰빙 붐을 타고 각종 아로마 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차량용 스프레이식 방향제와 아로마오일에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택시에 놓은 방향제의 향 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게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유해성분이 없어도 아로마오일은 성분이 복잡해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임산부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고,상처에 쓰는 것도 피해야 하며,보통사람도 농도가 너무 짙거나 오래 맡으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어떤 향이고 은은한 게 낫고,때로는 냄새가 나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약과 독은 한끗 차이라고 하거니와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을 리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