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설립한 미술관에서 일하던 수석 큐레이터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퇴출당하면서 기업 미술관의 '큐레이터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에서부터 작가 섭외에 이르기까지 미술관의 전시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사진 전문 미술관인 대림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였던 이모씨가 그만둔 데 이어 올들어서는 성곡미술관 기획실장이었던 전모씨가,얼마 전에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영은미술관 부관장인 김모씨가 각각 '자의반 타의반'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림미술관은 대림산업,성곡미술관은 쌍용양회,영은미술관은 대유증권이 각각 설립한 기업 미술관들이다.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과 모기업의 후원 등으로 운영돼 온 이들 기업미술관은 낮은 이자율과 후원 감소 등으로 재정난에 봉착하자 인건비 감소를 위해 수석 큐레이터 자리를 먼저 없애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기업 미술관들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큐레이터를 퇴출시키는 것은 심하지 않으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사립미술관 관장은 "큐레이터가 없는 미술관은 투수 없는 야구팀과 다를 바 없다"며 "기업미술관 소유주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큐레이터 부재로 인해 위상이 급격히 하락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서울 사간동에 있는 K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국내 미술 발전에 앞장서 왔으나 재정난을 이유로 2년 전 수석 큐레이터를 해고한 이후로 지금까지 미술계에서 주목받을 만한 기획 전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