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 한국'으로 통하는 산둥성 칭다오시.중국에 투자한 한국자본의 4분의 1이 밀집해 있다는 이 곳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주 칭다오 한국 총영사관 박환선 영사의 경험담은 충격적이다.

"어느 한국기업은 9백명의 인력을 쓰면서도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사회보장보험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이 자성해야 할 일은 한두 건이 아니다.

"2천만달러를 투자한 다른 한국기업은 근로자들의 요구를 인근 깡패를 동원해 무시한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라."

박 영사는 "근로자들이 노동절(5월1일) 휴가를 하루 이틀 더 늘려달라는 요구를 폭력으로 해결했으니 그 지역 관리들이 어떤 생각을 했겠느냐"며 답답해했다.

칭다오 위성도시인 자오저우시에서 만난 또 다른 한국기업인은 현지에서 일어난 부끄러운 실상을 들려주었다.

신발을 생산하는 한 한국기업이 노후화된 설비를 들여와 가격을 튀겨서 현물투자를 했다.

장부가격이 높은 점을 악용해 이를 담보로 중국계 은행에서 돈을 대거 빌린 뒤 3년 뒤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에 대한 대출이 더 엄격해진 것은 당연한 일.

물론 이같은 형태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 가운데 극히 일부에 국한될 수 있다.

칭다오에서 지퍼를 생산하는 YBS의 안정찬 법인장은 겨울에도 사장실에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공장내 난방이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직원들과 같은 온도를 느끼기 위해서다.

포스코 칭다오 공장의 원종해 법인장은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공장을 세우면서 먼저 교육관과 기숙사를 지었더니 시 관리들이 놀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의 잘못된 경영형태라도 그 것이 한국기업의 이미지에 미치는 타격은 적지 않다.

더욱이 중국 지도부는 최근 경제성장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법치주의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외자기업이라고 해서 지방관리들과의 관시(關係)를 통해 불법 경영을 묵인 받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칭다오=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