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늦게 보건소에서 그것도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았다는게 신기하네요."

분식집을 운영하다보니 평일 낮에는 병원에 가기 힘들었던 김경수씨(54)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서초구 보건소를 찾았다.

잦은 복통의 원인을 알고 싶었던 김씨는 '장마철이라 체질상 그럴 수 있다'는 보건소의 내과 전문의 진단을 듣고 안도했다.

보건소들이 붐빈다.

'서민전문병원'으로 인식돼 왔던 서울 강남지역의 보건소까지 중산층 환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주민건강센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보건소들이 자체적으로 '이미지 변신' 노력을 경주해온 데다 장기불황으로 의료비를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탓이다.

서울시 노원구 보건소 임영임 실장은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중산층 주부들도 영유아 무료접종을 위해 줄을 선다"며 "뇌염접종기간인 요즘엔 작년 이맘 때보다 하루평균 30%가량 이용자가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보건소는 웬만하면 무료고 많아야 1만원 안팎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의료비재테크' 매력이 크다.

각종 성인병 검사가 3천5백10원, 임산부클럽에 등록만 하면 복부초음파와 선천성대사이상(기형아)검사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일반병원에서 이런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최소 3만∼4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검사비를 내야하는데 비하면 진료비가 10∼30% 수준에 불과하다.

보건소를 멀리하던 강남주민들 사이에서도 최근들어 보건소 인기가 치솟자 서초구는 최근 야간진료, 비만클리닉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초구 보건소의 경우 올 상반기 방문주민이 지난해보다 2만여명이 늘어났다.

보건소는 고정이용자가 대부분이어서 신규이용자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처음이라고 보건소측은 밝혔다.

서울시의 보건소 지원책도 주효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보건소 서비스를 평가해 1등 3억원, 2등 2억원(2곳), 3등 1억원(3곳) 등 총 10억원의 인센티브 예산을 주고 있다.

아직 과제도 많다.

환자는 급증하는데 보건소 인력증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일손부족이 심하다.

노원구 보건소 박용원 소장은 "단위 지자체 중 최다인구(64만명)인데 비해 시설 및 인력은 최저수준"이라며 "3년 단위로 표준정원을 정하기 때문에 매년 증가하는 수요를 제대로 맞출 수 없어 진료서비스 수준을 높이지 못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개인병원들과의 영역다툼도 고민거리다.

치아스케일링과 보철 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많지만 관련규정이 애매하고 지역 치과의사의 반발이 워낙 거세 아직 못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김철웅 박사(예방의학)는 "보건소가 수당을 지급하고 지역전문의료인력(개인병원 등)을 활용하는 일본 보건소의 '아웃소싱'방식을 도입하면 '윈-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관우ㆍ정인설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