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반대로 무산위기에 처했던 하이닉스반도체의 채권할인매입(CBOㆍCash Buy Out;채무자가 빚을 일정비율 할인받는 대신 현금으로 일시에 상환케 하는 것) 방안이 재추진된다.

외환은행은 채권단 서면결의에서 부결처리된 CBO 방안을 다시 논의하기 위해 13일 주요 채권단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외환ㆍ우리ㆍ조흥ㆍ산업은행 등 10여개 채권금융회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하이닉스와 외환은행은 지난달 말 비메모리 부문 매각대금으로 CBO를 실시, 하이닉스의 채무를 1조원 이상 줄이자고 채권단에 제의하고 서면결의 절차에 들어갔었다.

담보권자에게는 채권 원금의 93%, 신규지원자금과 무담보채권은 각각 83%와 63%를 현금으로 갚겠다는게 핵심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대부분 채권자들은 찬성의견을 제출, 동의율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필요지분인 75%를 넘겼다.

그러나 전체 채권의 13.8%, 담보채권의 56%를 갖고 있는 산업은행이 담보채권을 할인하지 말고 1백% 상환해 달라고 주장하며 반대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부결처리됐다.

현행 구촉법에서는 일반협의 안건은 총채권자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되지만 CBO와 같은 채무재조정은 이와 별도로 담보채권 75% 이상의 찬성도 요구된다.

민승기 외환은행 하이닉스팀장은 "이번 회의는 CBO에 찬성하고 있는 대부분 채권금융회사들이 조속한 재논의를 요청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BO를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 등 주요 채권금융회사들과 산업은행이 심각한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CBO 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긴밀히 협의했다"며 "산업은행이 돌연 반대의견을 내놓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은행 담당자들은 '앞으로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모든 기업구조조정 업무에 이유를 불문하고 반대하겠다'고 반발하는 등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