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몹시 초조해진 모양이다.

'개혁 대상'인 언론과의 '교감(交感)부족'을 자인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엊그제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정부가 언론과의 관계에서 형식적인 부분에 얽매이다보니 시장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종합지원대책과 건설경기 연착륙방안 등이 언론의 '이해 부족'으로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그래서 경제주체들에게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데 미흡했다는 얘기였다.

앞으로는 주요 정책사안에 대한 언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기적으로 세미나를 열고,경제현안에 대해 토론도 갖겠다고 했다.

언론과의 의사소통 강화 필요성에 대한 이 부총리의 인식은 늦으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책 홍보'의 관점에서라면 문제의 근본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정부 청사별로 통합브리핑제도를 도입해 언론의 개별 취재를 막고,일방적으로 정책진행상황을 전달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세미나 몇 번 한다고 해서 정책이 '홍보'될 수 있다는 판단은 오산이다.

현 정부가 기존의 대(對)언론관계를 개혁 대상으로 선언한 뒤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언론의 취재는 철저한 '통제권역'에 들어가 있다.

정책 실무자들은 물론 차관보 등 1급과 국장급 고위간부에 대해서도 방문 취재가 금지돼있다.

필요한 것은 전화로 취재하거나 담당자를 브리핑실내의 인터뷰룸으로 불러내 알아보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지만,그런 방식으로 알맹이 있는 정보를 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피차의 '선수'들은 다 안다.

이 부총리가 '교감 부족'을 언급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는 얘기 아닌가.

기존 언론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현 정부의 언론 다루기는 일방적인 브리핑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기사가 '건전 비판'과 '악의적 보도' 따위로 점수가 매겨지고,정부 마음에 안드는 기사는 어김없이 정정 내지는 반론보도 대상으로 분류돼 언론중재위원회에 회부된다.

언론중재위 회부 '실적'이 미흡한 부처는 상부의 질책이 뒤따르는 모양인지,요즘들어서는 사설이나 칼럼 등 필자의 일정한 의견 개진을 전제로 한 글들에 대해서까지 정정 내지 반론을 요구하는 황당한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의도한 반론요구를 얻어내기는커녕 억지 제소로 되레 정부 망신을 자초하기 일쑤다.

하지만 일단 중재요청을 받으면 언론중재위에 출두해야 하는 언론사들로선 꼬투리를 잡히는 자체가 성가신 일이 됐으니,정부로서는 정책 비판기사 작성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뒀는지는 모를 일이다.

이런 식으로 언론을 믿지 않고,때로는 적대시하기까지 하다보니 요즘 이상한 일도 벌어졌다.

지난주 초 대통령 주재로 경제정책간담회를 열어 '기존의 경제상황 점검체계로는 경제위기를 사전에 감지하는 데 미흡하다'며 경기속보지표를 새로 개발하는 등 보완조치를 취하기로 한 게 그 예다.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와 기업들의 투자위축을 전하고 있는 언론의 보도를 중시하고 실상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도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은 충분히 감지될 수 있는 일이다.

언론의 경기관련 보도를 '음모가 담긴 과장된 위기론'으로 몰아세우며 부정하고,국민들의 세금으로 관제(官製) 경기지표를 더 만들어 경제상황을 살피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않으면서 '언론과의 협조'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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