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별교섭이 본격 도입된 이후 파업건수가 급격히 늘어나 노사 현장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속 병원 버스 택시 등 산별노조들이 산별교섭 이후 한꺼번에 집중 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파업건수가 치솟으며 생산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다.

특히 일부 산별노조 지부들은 산별교섭이 타결됐는 데도 불구하고 타결 내용 수용을 거부하며 파업을 지속, 사용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고 있고 이 때문에 "산별교섭을 벌일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급증하는 파업

올해 산별교섭이 본격 도입되면서 파업건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산별노조에 가입한 사업장들이 제대로 협상도 벌이지 않은 채 한꺼번에 파업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7월10일 현재 파업건수는 3백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백98건)보다 73%나 증가했으며 지난 한 해 동안의 3백20건을 이미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민주화 바람을 타고 노동계의 욕구가 분출됐던 지난 80년대 말을 제외하고 1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올해 노사분규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노사분규는 지난 87년(3천7백49건) 88년(1천8백73건) 89년(1천6백16건) 등 3년간은 1천건을 훨씬 넘을 정도로 극심했으나 90년 3백22건으로 뚝 떨어진 이후 3백건을 밑돌며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다 산별교섭이 시작된 지난 2002년 이후 다시 급증하며 노사불안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산별교섭이 본격 도입된 올해는 노사분규 건수가 더욱 늘어나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애먹이고 있다.

올해 산별교섭을 벌인 택시(90건) 금속(76건) 보건의료(66건) 시내버스(37건) 등 4개 산별노조가 주도한 파업건수는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이동응 한국경총 상무는 "분규가 급증하는 것은 산별교섭에 따른 부작용"이라며 "특히 시기 집중 파업 등 지나치게 파업에 의존하는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이 문제"라고 말했다.

◆ 산별교섭 끝났는 데도 파업은 여전

사용자들이 가장 황당해 하는 것은 산별교섭이 끝났는 데도 이를 거부하며 파업을 벌이는 케이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한지 13일 만인 지난달 22일 산별 노사교섭을 타결지으며 파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광명성애병원 경상대병원 등 일부 병원 지부는 10일 현재까지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파업 이유는 산별교섭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

노조는 "산별 협약 이후 추가적 임금 인상 및 근로조건 개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 산별 협의안 10조2항은 독소조항"이라며 재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병원측은 "이미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사안을 병원 독자적으로 거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서울대병원 경상대병원 광명성애병원 등 3개 병원 지부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후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와 택시노조 등은 충분한 협상 없이 민주노총의 집중 투쟁 시기에 맞춰 총파업을 벌이며 사용자를 압박해 산별교섭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만 높이고 있다.

이처럼 산별교섭이 오히려 분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등장하자 사용자와 정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산별교섭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