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증권계좌 가압류 조치로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팔지 못해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 해도 증권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증권시장이 우연히 하락한 탓일 뿐 가압류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지만 증권사나 수사기관이 주가조작 혐의가 있는 투자자 계좌에 대해 쉽게 가압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재판장 정장오 부장판사)는 개인투자자 최모씨(여ㆍ72)가 "증거도 없이 증권계좌를 가압류하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며 A증권사를 상대로 낸 1억1천2백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증권사는 3백45만여원만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1심에서는 피고 책임을 75%로 인정, 8천4백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는 것인 만큼 우연히 발생한 시세차 손실(1억1천2백17만6천원)은 피고의 고의에 의한 손실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가압류 기간 자산운용 기회를 놓친 만큼 해당주식 규모의 자금을 운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민법상 이자수익(연리 5%)만 손해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