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는 음식점들도 죽을 맛이다. 불황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뭔가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인의 후덕한 인심이 될 수도 있고,직원들의 서비스나 식당의 분위기일 수도 있다. 물론 맛은 기본일 게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위치한 '아름소'는 양으로 승부를 건 곳이다. 주메뉴는 해물찜이다. 대자가 3만8천원,중자가 2만8천원이다. 가격으로는 평균수준이다. 그러나 양을 보면 기절초풍하게 된다. 세수대야보다 더 큰 접시에 해물찜이 가득 담겨져 나온다. 여느 음식점에서는 볼 수 없는 대형접시다. 줄자로 재어보니 직경이 45㎝나 된다. 먹성좋은 남자 어른 4∼5명이 배부르게 먹고서야 바닥을 드러낸다. 여자에게는 6∼7명분이다.

양이 많으니 맛은 그저 그럴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리는 게 좋다. 재료 속까지 잘 배어든 양념이 매콤한 해물찜의 맛을 살려준다. 아귀,꽃게,주꾸미,소라,새우 등 재료도 튼실하다. "이렇게 팔고도 남느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법 하다.

해물찜을 다 먹고 나면 쫄면이나 소면 사리,떡을 넣어 먹는다. 그냥 식은 채로 비벼먹기보다는 사리를 넣어 다시 데워달라고 하는 게 낫다. 밥도 볶아주는데 돌판에서 박박 긁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를 다 먹고나면 누룽지가 서비스로 나온다. 몇차례 가서 단골이 됐다 싶으면 해물찜으로 입안이 얼얼해졌을 때 '계란찜'하나 서비스로 달라고 하면 얻어먹을 수 있다.

이 식당 주인인 장대진씨(56)는 90년대 초반 서울 삼성동에서 같은 이름의 대형 고깃집을 한 사람이다. 당시 고기와 샤브샤브,국수전골로 이름꽤나 날렸던 식당이다. 이제 고기는 안팔지만 샤브샤브(1인분 1만5천원)와 국수전골(8천원)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점심 때는 인근 직장인들로 붐빈다. 저녁 때나 휴일에 찾는 게 낫다. 연중무휴. (02)715-5446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