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만 해도 뉴욕에서는 제노비스파 감비노파 등 5개의 마피아조직이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이후에는 마피아 조직들이 급속히 와해되어 갔다.

이는 범죄소탕에 나선 검찰의 승리라기 보다는 오히려 조직내부 밀고자의 고발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90년대 중반 감비노파의 대부인 팻지 콘테가 보스의 자리에 종지부를 찍은 것도 동생이자 부하였던 안토니가 형의 죄상을 낱낱이 폭로했기 때문이었다.

소위 '감비노 패밀리 사건'에서 동생의 형량이 크게 낮아졌음은 물론이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형사피의자가 결정적인 제보를 하면 '플리바겐(plea bargain)'이라 해서 선처를 베풀어준다.

수사협조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플리바겐은 특히 방대한 수사인력과 돈이 드는 마약조직이나 폭력조직,밀수 등을 적발할 때 매우 효과적이라 해서 많은 선진국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얼마전 대통령선거 불법자금을 수사할 때 플리바겐이 공공연히 거론되곤 했다.

"수사에 얼마나 협조하느냐"를 따져 죄과를 묻겠다는 것이었다.

수사대상기업이 많은데다 비자금에 대한 일부 핵심간부들의 묵비권 행사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자 그 편법으로 플리바겐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법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종전의 뇌물사건에서 검찰과 기업인이 플리바겐을 했다는 소문은 여러번 나돌았었다.

플리바겐제도가 정식 도입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최근 출범한 대검찰청 산하 '인권존중을 위한 수사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플리바겐의 일종인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도 형사절차개선방안의 하나로 이 제도를 주요 의제로 채택해 그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증거확보 등을 통한 과학수사를 소홀히 한 채 피의자들과 손쉽게 플리바겐에만 집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어쨌든 플리바겐은 자백이 필수적이거나 당사자의 제보가 결정적인 경우 아주 유용한 제도임에는 틀림없는데 그 성패는 운용여부에 달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