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LG전자가 내놓은 보도자료가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내주 초 국내 최초로 2백만화소 카메라폰을 출시한다'는 자료였다.

업계는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해외 전시회에 2백만화소폰을 출품했던 삼성전자팬택앤큐리텔이 먼저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경쟁사들은 "LG전자가 망연동 테스트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제품은 공개하지도 않고 서둘러 발표만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LG전자의 2백만화소 카메라폰은 3주 뒤에야 시판됐다.

그런데 이번엔 삼성전자가 '기습'을 감행했다. 지난 11일 '세계 최초로 광학줌 기술이 적용된 3백만화소 카메라폰을 출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린 것.LG전자의 '언론플레이'에 당했던 삼성전자로선 멋지게 '복수'를 한 셈이 됐다.

하지만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3백만화소폰 역시 출시 시기는 '내주 초'로 돼 있다.

삼성전자는 "망연동 테스트가 거의 끝나 내주 초면 판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애매한 설명을 덧붙였다.

삼성전자 역시 두달 전 LG전자와 똑같은 면모를 드러낸 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2백만화소폰이 시중에 나온지 한달만에 3백만화소폰이 등장하는 것은 '너무 이르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댓글을 보면 "2백만이 나오자마자 3백만이라니… 2백만화소폰은 바로 구형이 되는구나"라는 비판이 눈에 띈다.

물론 경쟁은 좋다.

경쟁을 하다 보면 보다 좋은 제품을 좀더 빨리 내놓을 수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국내 최초'나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따내면 고지를 선점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지나친 언론플레이는 자칫 소비자 신뢰에 흠을 남길 수 있다.

홍보전이 과열돼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결국 역효과만 가져오게 된다.

고성연 IT부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