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전화 서비스 시장에도 번호이동 전쟁이 시작됐다.

쓰고 있는 번호 그대로 유지한 채 시내전화사업자를 옮길 수 있는 시내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7월부터 부산지역에 시행되고 있고 8월부터 서울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시내전화 사업을 하고 있는 KT와 하나로텔레콤 양자간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싼 전화요금과 초고속인터넷 등과의 결합상품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KT의 시내전화 시장을 파고 든다는 전략이다.

KT는 고객 편의성과 높은 서비스 수준으로 하나로텔레콤의 거센 도전에 방패막을 치고 있다.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제도란

시내전화 이용고객이 전화번호에 얽매이지 않고 서비스 품질과 요금을 비교하여 사업자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제도이다.

통신시장의 효율적인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6월30일 안산 청주 김해 순천 등에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이후 수원 안양 구리 김포 의정부 등 경기지역과 대전 광주 울산 전주 천안 마산(이상 2003년 10월31일), 고양 성남(2003년 12월29일), 인천 대구(2004년 3월15일), 부산(7월1일)으로 확대됐다.

오는 8월1일 서울(광명 과천 포함)까지 확대되면 KT와 하나로텔레콤이 경쟁하는 모든 지역에서 번호이동제도가 시행된다.

◆번호이동 7월부터 본격화

시내전화 번호이동제도가 시행된 뒤 이동실적은 단연 하나로텔레콤이 앞선다.

지난달말까지 번호이동고객 5만8천77명 중 98.6%인 5만7천2백84명이 KT에서 하나로텔레콤으로 서비스회사를 바꿨다.

반면 하나로텔레콤에서 KT로 변경한 고객은 7백93명(1.4%)에 불과했다.

부산지역까지 포함된 7월부터는 번호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번호이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관계자는 "7월 들어 시내전화 번호이동 건수가 종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 번호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이동 고객중 99%가 KT에서 하나로텔레콤으로 옮기는 케이스다"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의 거센 공세

하나로텔레콤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번호이동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KT의 시내전화 기본요금이 월 5천2백원인데 비해 하나로텔레콤은 이보다 7백원 싼 4천5백원이다.

여기에 초고속인터넷 '하나포스'와 함께 가입하면 시내전화 기본요금을 2천원으로 깎아준다.

기간통신사업자인 KT는 결합상품에 대해 할인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를 같이 사용하는 고객을 기준으로 하나로텔레콤의 시내전화 기본요금은 KT보다 60%가량 싼 셈이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시내전화 번호이동을 통해 연말까지 약 20만 전화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해 현재 4% 수준인 시내전화 시장점유율을 5.5%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KT의 고품질 서비스 대응

KT는 하나로텔레콤의 공세에 맞서 시내전화 고장수리 예약제를 확대하고 애프터서비스(AS)를 대폭 강화하는 등 고객만족을 극대화함으로써 가입자 이탈을 방지한다는 전략이다.

여러 경로로 흩어져 있던 각종 문의와 애프터서비스 요청 전화번호를 100번으로 통합, 접수창구를 단일화해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기업고객에 대해서도 정보통신 토털컨설팅 개념의 고객서비스로 음성전화 시장을 방어하고, 철저한 맞춤식 고객서비스로 고객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사장직속 품질경영실에서 고객만족과 식스시그마를 통한 내부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사장 주재 임원회의에서도 서비스 관련 불만과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