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요즘 가장 많이 관심을 갖고 있는 테마는 '혁신(innovation)'이다.

혁신이 정부 정책의 중심이다.

창원 울산 구미 광주 반월·시화 원주 등엔 '혁신 클러스터 육성 시범단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장·차관 워크숍에 혁신담당관들이 함께 초청될 정도로 관가에서는 혁신이 단연 핵심 화두다.

노 대통령이 그저 관심만 높은 게 아니다.

"한국의 요소투입 성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이제는 혁신역량을 통해서만 경쟁이 가능하다"(7월8일 인천 혁신발전5개년계획 토론회)고 말할 때나 혁신 성공 요인으로 학습,리더,전략,풍부한 아이디어,열정 등을 나열(7월3일 정부혁신토론회)할 때는 상당한 고민의 흔적까지 느껴진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과 정부의 이같은 '혁신 의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 노 대통령이 언급한 '동북아 허브'가 정부는 물론 민간 부문에서까지 핵심 화두로 급부상하던 것과는 자못 다른 양상이다.

의아할 정도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 대형 이슈에 가려진 면이 크다.

여기에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을 글자 그대로 믿지 않는 경향도 있다.

한 기업체 사장의 표현대로 "정부가 말하는 혁신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개혁이란 용어를 긍정적인 단어로 바꾼 데 불과하다"는 정서가 이런 흐름을 대변한다.

물론 현 정부가 벌인 일에 실망이 커서 "뭘해도 이제 싫다"는 식의 맹목적 반대도 적지 않다.

문제는 '혁신 드라이브'가 이런 비본질적인 이유로 헛된 노력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사고방식의 전환,미개척 시장의 발굴,업무 방식의 획기적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이야말로 저성장의 덫에 걸린 우리나라로서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노 대통령이 화두로 내세운 '혁신'이 기업들도 아주 좋아하는,긍정적인 용어라는 사실이다.

혁신이 그동안 철로처럼 평행선을 달리던 정부와 기업을 맺어주는 새로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혁신의 성과를 제대로 올리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민간 부문은 지난 80년대부터 각종 경영혁신 도구를 도입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나름의 혁신체제를 갖췄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쌓은 이런 경험은 그대로 정부 등 공공부문에 전파될 수 있다.

공공부문의 혁신이란 민간 부문과 조화를 이룰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혁신은 그 가치를 평가하는 고객이 가장 중요하고,공공 서비스의 고객은 바로 민간부문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찾은 정부와 기업간 연결고리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

미국의 사례가 참조가 될 만하다.

미국은 철저히 민간 중심이지만 우리 실정에선 민·관의 공동 노력이 더 유효할 것이다.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는 지난해 말 "경제회복기가 혁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적기"라며 '국가혁신 전략회의(National Innovation Initiative)'를 출범시켰다.

기업체 최고경영자들을 주축으로 대학총장,노동계 지도자 등이 멤버로 참여했다.

국가혁신전략회의 공동의장인 사무엘 팔미사노 IBM 회장이 취임식에서 한 말은 이랬다.

"혁신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떤 산업에서 일자리가 증가할 지는 알 수 없지만 혁신이 그 엔진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

정부와 기업 대표자들이 이런 얘기로 입을 모을 수 있는 자리가 곧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