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여름…중국 스케치] (8) 어느 외자담당 공무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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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잠깐 언급했던 마오쉬에룽씨는 상하이가 멀지 않은 자싱시 하이테크 개발구의 외자유치 담당 부주임이다.
짙은 눈썹에 중국 무협영화의 무술도장 사범 같은 인상을 하고 있다.
자싱 하이테크 개발구에 있는 효성 공장에 들렀다가 돌아나오는 복도에서 티셔츠 차림의 마오 일행을 만났다.
웬 기술자들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담당 공무원들이라는 말을 듣고 일행을 불러세웠다.
"저와 차 한 잔들 하시죠."
한국에서 온 유력한 경제기자라는 소개가 나가자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곧바로 마오 선생의 웅변이 튀어나왔다.
"지금의 긴축정책은 일시적인 구조조정,다시 말해 '완팅'(안정)일 뿐이며 기자 선생이 와있는 이곳 개발구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라는 청산유수 같은 연설이 회의실을 울리기 시작했다.
쿵푸를 하듯이 손을 공중에 휘저으며, 때로는 두 손을 들어 허공에다 크게 지도를 그리면서 자싱개발구의 지정학적 위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열기마저 뿜어져 나온다.
"저장성의 3백개 개발구중 자싱개발구가 단연 유리하다. 닝보와 상하이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중국 최고다. 또 컨테이너를 실어낼 자푸항은 불과 35㎞ 거리에 있고…"로 이어지는 그의 열변은 차마 중단시키기도 어려웠다.
한참을 듣다 어렵사리 그의 설명을 자르고 들어갔다.
이제는 기자 선생의 순서.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나."(혹시 꼬투리를 잡아 시비를 걸려고 온 것은 아닌가?)
"효성 공장에 애로는 없는지 청취하러 왔다."(정말?)
"이 공장에는 자주 오시나."(회사측이 귀찮게 여길 텐데…)
"기간을 정해 개발구 내 기업들을 순회 방문하고 결과를 보고서로 올려야 한다. 기업인들은 매우 바쁘기 때문에 우리가 찾아다니면서 애로를 듣는 거다."(어쭈!)
"요즘은 어떤 문제가 있나."(진짜 애로를 들으러 왔나?)
"아무래도 전력문제 용수문제 같은 것들에 애로가 많다."(정말 같은데…)
"경제 긴축 효과는 어떻다고 보나."(시골 공무원이 뭘 좀 아시나?)
"물론 효과가 있다. 강재와 콘크리트 가격은 확실히 완팅되고 있다."
"…"
기자를 안내했던 효성 관계자들은 "이해가 안되시죠?"라고 반문했다.
"정말 이 사람들 열심히 합니다. 한국에서 공무원한테 이런 서비스 구경이나 하겠습니까."
마오씨는 지난 5월에는 한국도 다녀갔다고 했다.
3억∼4억원의 자체 예산을 들여서 한국의 지방 공단지대를 훑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일하는 투자유치위원회는 모두 80명, 지원부서까지 합치면 1백20명이 일한다.
마오 자신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기업은 40개 정도.
"이 기업들이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는 그는 대화 도중 몇 번씩이나 예의 '자싱개발구가 기업하기 좋은…'으로 돌아가곤 했다.
성과를 내야 평가받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 승진과 보직이 보장되는 철저한 공무원 인사관리가 곧 중국 경제를 밀어가는 엔진이었다.
이들은 당의 명령에 따라 공무원이 됐다가 민간회사로 파견되기도 하는 그런 그림자 인사관리 체계를 아직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다.
물론 외자유치에 따른 금전적 보상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역시 '해보자는 뜨거운 열기'가 먼저였다.
요즘은 산업별로 다소 제동이 걸리고는 있지만 현(縣)급에서는 3일, 시(市)급에서는 5일, 성(省)급에서도 7일이면 공장설립 허가가 나온다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은 입을 모았다.
행정은 곧 서비스요 봉사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정착시킨 중앙의 노련한 정책 운용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된다.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상하이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한태윤태(한국타이어 현지법인)의 한영길 총경리는 "한국에서는 모 지방에 타이어 공장 하나 짓는데 7년이 걸렸었다"고 말했다.
한태윤태는 최근 전기를 많이 써줘 고맙다며 국영 전력회사로부터 10만달러의 캐시백을 현찰로 돌려받았다고 한다.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
짙은 눈썹에 중국 무협영화의 무술도장 사범 같은 인상을 하고 있다.
자싱 하이테크 개발구에 있는 효성 공장에 들렀다가 돌아나오는 복도에서 티셔츠 차림의 마오 일행을 만났다.
웬 기술자들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담당 공무원들이라는 말을 듣고 일행을 불러세웠다.
"저와 차 한 잔들 하시죠."
한국에서 온 유력한 경제기자라는 소개가 나가자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곧바로 마오 선생의 웅변이 튀어나왔다.
"지금의 긴축정책은 일시적인 구조조정,다시 말해 '완팅'(안정)일 뿐이며 기자 선생이 와있는 이곳 개발구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라는 청산유수 같은 연설이 회의실을 울리기 시작했다.
쿵푸를 하듯이 손을 공중에 휘저으며, 때로는 두 손을 들어 허공에다 크게 지도를 그리면서 자싱개발구의 지정학적 위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열기마저 뿜어져 나온다.
"저장성의 3백개 개발구중 자싱개발구가 단연 유리하다. 닝보와 상하이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중국 최고다. 또 컨테이너를 실어낼 자푸항은 불과 35㎞ 거리에 있고…"로 이어지는 그의 열변은 차마 중단시키기도 어려웠다.
한참을 듣다 어렵사리 그의 설명을 자르고 들어갔다.
이제는 기자 선생의 순서.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나."(혹시 꼬투리를 잡아 시비를 걸려고 온 것은 아닌가?)
"효성 공장에 애로는 없는지 청취하러 왔다."(정말?)
"이 공장에는 자주 오시나."(회사측이 귀찮게 여길 텐데…)
"기간을 정해 개발구 내 기업들을 순회 방문하고 결과를 보고서로 올려야 한다. 기업인들은 매우 바쁘기 때문에 우리가 찾아다니면서 애로를 듣는 거다."(어쭈!)
"요즘은 어떤 문제가 있나."(진짜 애로를 들으러 왔나?)
"아무래도 전력문제 용수문제 같은 것들에 애로가 많다."(정말 같은데…)
"경제 긴축 효과는 어떻다고 보나."(시골 공무원이 뭘 좀 아시나?)
"물론 효과가 있다. 강재와 콘크리트 가격은 확실히 완팅되고 있다."
"…"
기자를 안내했던 효성 관계자들은 "이해가 안되시죠?"라고 반문했다.
"정말 이 사람들 열심히 합니다. 한국에서 공무원한테 이런 서비스 구경이나 하겠습니까."
마오씨는 지난 5월에는 한국도 다녀갔다고 했다.
3억∼4억원의 자체 예산을 들여서 한국의 지방 공단지대를 훑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일하는 투자유치위원회는 모두 80명, 지원부서까지 합치면 1백20명이 일한다.
마오 자신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기업은 40개 정도.
"이 기업들이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는 그는 대화 도중 몇 번씩이나 예의 '자싱개발구가 기업하기 좋은…'으로 돌아가곤 했다.
성과를 내야 평가받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 승진과 보직이 보장되는 철저한 공무원 인사관리가 곧 중국 경제를 밀어가는 엔진이었다.
이들은 당의 명령에 따라 공무원이 됐다가 민간회사로 파견되기도 하는 그런 그림자 인사관리 체계를 아직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다.
물론 외자유치에 따른 금전적 보상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역시 '해보자는 뜨거운 열기'가 먼저였다.
요즘은 산업별로 다소 제동이 걸리고는 있지만 현(縣)급에서는 3일, 시(市)급에서는 5일, 성(省)급에서도 7일이면 공장설립 허가가 나온다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은 입을 모았다.
행정은 곧 서비스요 봉사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정착시킨 중앙의 노련한 정책 운용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된다.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상하이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한태윤태(한국타이어 현지법인)의 한영길 총경리는 "한국에서는 모 지방에 타이어 공장 하나 짓는데 7년이 걸렸었다"고 말했다.
한태윤태는 최근 전기를 많이 써줘 고맙다며 국영 전력회사로부터 10만달러의 캐시백을 현찰로 돌려받았다고 한다.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