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러분 표정이 너무 굳었어요. 주유원은 1~2분 안에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직업인 만큼 활짝 웃어보세요."

13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서울시 노인취업훈련센터 내 교육장.

고령층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이곳에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은 강사가 시키는대로 미소를 짓는 등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직영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일할 30명의 노인들이 기초교육을 받고 있는 것.

교재를 펴 놓은 채 강사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50~60대.

정년 퇴직자에서 개인사업을 그만 둔 사람 등 다양한 경력자들이 모였다.

지난달 서울시가 주최한 실버취업박람회에서 주유원으로 일하겠다고 자원한 이들이다.

1교시 직업윤리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시간.

평생 한번도 해보지 않은 주유원이라는 생소한 직업에 대한 호기심이 교육장에 가득하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배우는 2교시의 핵심 과제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짓는 것.

강사의 지시에 따라 애써 미소를 지어보지만 다들 어색해 한다.

"어, 잘 안되네"를 연발하면서도 조금씩 교육에 몰입해갔다.

개인사업을 그만둔 뒤 이 일을 자원했다는 정해윤씨(57)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쑥쓰럽기도 하지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 정도 노력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간단한 이론교육을 하는 3교시가 끝난 뒤 드디어 주유기를 직접 잡아보는 실습시간이 시작됐다.

강사로 나선 현대오일뱅크 정재복 과장의 설명에 따라 참가자들이 차례대로 교육장 한켠에 놓여진 주유기를 직접 조작해본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명식씨(60)는 "금융기관에 다니다 정년퇴직한 뒤 6년 동안 이것저것 일거리를 찾다가 운좋게(?) 채용됐다"며 주유기를 힘껏 움켜쥐었다.

16일까지 진행되는 현대오일뱅크 '노인주유원' 1차 기초교육 참가자들은 자리가 나는대로 현장에 투입된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월 90만~1백만원 정도다.

이날 교육은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가 지난 92년부터 고령층의 재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중 하나다.

올해 이 센터에서 실시한 재취업교육 프로그램만도 주유원을 포함해 경비원 베이비시터 건물환경관리원 주차관리원 배달원 가사도우미 번역사 등 총 12가지다.

올 상반기 7개 직종 2백80명의 노인들이 이곳에서 재취업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됐다.

고령자취업알선센터 김은희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층 취업인구는 3백48만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취업을 희망하는 노인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