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 라이벌인 효성코오롱 사이에 다시 갈등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효성이 코오롱 고합 등과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카프로의 유상증자 청약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고합이 보유한 카프로 지분 7.44%를 사들였기 때문. 지난달 7일 양사 회장이 전격 회동하면서 기대됐던 두 회사간 화해 무드는 다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약속 위반인가

카프로는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나일론의 원료) 생산업체.효성이 20.03%,코오롱이 19.24%,고합이 7.44%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던 회사다.

효성이 고합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27.47%의 지분을 확보,사실상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자 코오롱이 '약속위반'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두 회사는 지난 1996년 법정 분쟁으로까지 치달았던 카프로 경영권 다툼을 봉합하면서 주요 주주가 지분을 늘리려면 다른 주주의 동의를 반드시 얻기로 했다는 것이다.

◆카프로 경영권의 향배

효성은 "지난 12일 장이 마감된 후 고합이 갖고 있던 7.44%의 카프로 지분을 16억9천만원에 사들였다"고 13일 공시했다.

이로써 효성은 27.47%의 지분을 확보,2대주주인 코오롱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사전포석인 셈이다.

효성 관계자는 "고합이 카프로 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며 지분을 팔겠다고 제안해와 지분을 넘겨받게 됐다"며 "1,2대주주가 카프로를 공동 경영한다는 기존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은 그러나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기업 간의 기본적인 신의를 저버린 처사"라는 것."효성의 지분 취득은 지난 96년의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현재 효성의 지분율로는 경영권 확보가 힘들 수도 있지만 향후에 추가로 지분을 매입한다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오롱은 지분 9.74%를 갖고 있던 3대주주 원혁희씨(개인 투자자)가 지난달 일부 지분(5.81%)을 장내에 매각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 지분이 효성의 우호세력에 흘러들어 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8년 간 잠복한 갈등의 불씨

국내에서 유일하게 카프로락탐을 만드는 카프로는 지난 74년 민영화 과정에서 효성과 코오롱,고합 등이 지분을 나눠 가졌었다.

지난 96년 효성이 직원들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지분을 57.6%까지 확보했고 코오롱이 이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결국 같은해 4월 주주총회에서 효성이 차명으로 산 주식을 처분하고 앞으로는 대주주 간 동의 없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지난 2001년부터 진행 중인 카프로의 생산라인 증설 필요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등 분쟁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효성과 코오롱은 카프로 외에도 고합의 나일론필름 공장 인수전 등에서 사사건건 맞붙어온 그룹이라는 점에서 이번 다툼이 어디까지 번지게 될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