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로 세상을 보세요" .. 중도연기 설파한 고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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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저는 절에 오면 마음이 참 편한데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괴롭습니다. 어떤 마음이 헛된 것입니까."
"둘 다 헛된 것입니다. 절에서든 절 밖에서든 다 편해야 그게 진짜이지요."
지난 13일 저녁 서울 견지동 조계사 극락전.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일반 신자들을 위해 지난달 초부터 매주 화요일 열고 있는 '백일법문' 재가논강에 태백산 선지식 고우 스님(전 각화사 태백선원장)이 논주로 나섰다.
'백일법문'은 성철 전 종정이 지난 67년 1백여일간의 법문을 통해 불교사상을 설파한 것을 정리한 불교 개론서.이날 강의는 불교의 핵심사상으로 꼽히는 중도(中道)와 연기(緣起)를 주제로 삼았다.
중도란 있음(有)과 없음(無),생(生)과 멸(滅),선과 악 등 상대적인 두 극단에 집착하지 않는 것.극단의 양 변을 버리면 선과 악,옳고 그름이 서로 통하게 되고 사물의 실상과 존재원리를 온전하게 보게 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모든 것이 공(空)이라고 하는 것은 연기로써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수레는 독립단일한 것이 아니라 몸체와 바퀴와 축 등이 모여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몸체 역시 나무와 못 등이 서로 의지해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 탁자 위의 컵도,나도,너도 모두 공한 것입니다."
모든 것이 서로 의지하며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임을 안다면 나다,너다 하는 분별심은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고우 스님은 "중도연기를 모르면 존재의 원리를 모르는 것이니 무명(無明)이요 장님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마치 눈먼 사람이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치고,그 상처에 종기가 나서 곪고 덧나는 것처럼 중도연기를 모르면 집착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제가 문경 봉암사에서 17년여를 살았어요. 거기 희양산이 앞에서 보면 돌산인데 뒤에서 보면 숲이 무성해요. 그래서 앞에서 본 사람과 뒤에서 본 사람이 서로 옳다고 싸우는데,정상에 올라 양쪽을 다 본 사람은 결코 싸우지 않지요."
고우 스님은 "중도연기를 이해하면 나부터 달라지고 가정과 사회,국가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적절한 속도와 정확한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너무 늦어서 도달하지 못하거나 너무 빨라서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다 결정된 것(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놓고 지금 와서 난리 치는 것도 너무 앞질러 갔기 때문이라고 스님은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둘 다 헛된 것입니다. 절에서든 절 밖에서든 다 편해야 그게 진짜이지요."
지난 13일 저녁 서울 견지동 조계사 극락전.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일반 신자들을 위해 지난달 초부터 매주 화요일 열고 있는 '백일법문' 재가논강에 태백산 선지식 고우 스님(전 각화사 태백선원장)이 논주로 나섰다.
'백일법문'은 성철 전 종정이 지난 67년 1백여일간의 법문을 통해 불교사상을 설파한 것을 정리한 불교 개론서.이날 강의는 불교의 핵심사상으로 꼽히는 중도(中道)와 연기(緣起)를 주제로 삼았다.
중도란 있음(有)과 없음(無),생(生)과 멸(滅),선과 악 등 상대적인 두 극단에 집착하지 않는 것.극단의 양 변을 버리면 선과 악,옳고 그름이 서로 통하게 되고 사물의 실상과 존재원리를 온전하게 보게 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모든 것이 공(空)이라고 하는 것은 연기로써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수레는 독립단일한 것이 아니라 몸체와 바퀴와 축 등이 모여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몸체 역시 나무와 못 등이 서로 의지해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 탁자 위의 컵도,나도,너도 모두 공한 것입니다."
모든 것이 서로 의지하며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임을 안다면 나다,너다 하는 분별심은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고우 스님은 "중도연기를 모르면 존재의 원리를 모르는 것이니 무명(無明)이요 장님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마치 눈먼 사람이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치고,그 상처에 종기가 나서 곪고 덧나는 것처럼 중도연기를 모르면 집착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제가 문경 봉암사에서 17년여를 살았어요. 거기 희양산이 앞에서 보면 돌산인데 뒤에서 보면 숲이 무성해요. 그래서 앞에서 본 사람과 뒤에서 본 사람이 서로 옳다고 싸우는데,정상에 올라 양쪽을 다 본 사람은 결코 싸우지 않지요."
고우 스님은 "중도연기를 이해하면 나부터 달라지고 가정과 사회,국가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적절한 속도와 정확한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너무 늦어서 도달하지 못하거나 너무 빨라서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다 결정된 것(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놓고 지금 와서 난리 치는 것도 너무 앞질러 갔기 때문이라고 스님은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