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쇼크"가 심상치 않다.

14일 한국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연중 최저치로 급락한 것을 비롯,일본과 대만증시에서도 반도체주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등 기술주들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전날 발표된 인텔의 2분기 실적 자체는 예상치를 충족시켰다. 그러나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게 기술주 급락의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이 문제가 아니라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현재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텔의 2분기 이익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배가량 늘어났지만,이보다는 하반기 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5일과 16일로 예정된 핀란드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때 제시될 하반기 실적전망이 기술주 주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IT경기 하강론 부상

인텔의 2분기 실적은 '지금은 좋지만 앞으로가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매출이 80억5천만달러로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배나 많은 이익을 냈다.

그러나 재고가 전분기보다 15%나 늘어났다.

D램뿐 아니라 플래시메모리의 재고도 증가했다.

PC시장은 물론 휴대전화시장도 안심 못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민후식 동원증권 팀장은 "전세계 PC시장(CPU)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대표기업의 재고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재고증가는 하반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JP모건은 이날 인텔의 실적발표에 대한 보고서 제목을 '아!(ouch), 인텔이 주가상승의 문을 쾅 닫다'라고 뽑아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JP모건은 인텔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를 3백47억달러에서 3백46억달러로 낮추고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내렸다.

도이체방크도 이날 인텔의 목표주가를 28달러에서 25달러로 낮추고 투자의견도 '보유'를 유지했다.

◆'인텔쇼크' 증시 강타할까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57% 떨어진 41만8천원에 마감되며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약 2백7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지만,삼성전자는 2백5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SDI는 4.44%,LG전자도 5.00% 하락했다.

대만과 일본에서도 반도체주 하락으로 약세장이 연출됐다.

시장의 관심은 노키아와 삼성전자 실적발표에 쏠려 있다.

15일 발표될 노키아의 실적은 악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2분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매출은 5.1%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키아의 실적은 휴대전화시장의 경기동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인텔과 노키아의 실적발표는 단기재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IT주가 이미 충분히 떨어질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원증권 민후식 팀장은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4월 62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41만원으로 추락해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이미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외기업의 실적동향에 따라 주가가 크게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에 부정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반등의 계기를 얻기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