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 "우리 경제가 위기는 아니지만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진 환자와 비슷하다"며 "경제발전의 주역을 맡아야 할 386세대가 정치적 암울기를 거치면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여성과 경영포럼' 강연에서 "한국 경제를 환자에 비유한다면 병 가운데 가장 고치기 어려운 병인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60년대식 경제정책의 한계에 부딪힌 상태"라며 "경제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정치적 저항을 해야 했던 시대적 한계로 인해 지금 생산성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경제를 배우고 시장경제를 하려면 시장규율에 따르고 이로 인한 어려움도 스스로 이겨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지금 경제는 전환기적 고통을 치르고 있지만 극복 가능하다"며 "한국 경제의 일면,특히 20∼30대를 위주로 한 인터넷 세대에서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경제가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이 그때보다 어려울 리는 없다"며 "전쟁(환란극복을 의미)에서는 목표가 간단해서 좋은데 지금은 여러가지가 모호해서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 부총리는 또 "정부가 나서서 뭔가를 해달라고 하는데 1960년대처럼 정부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실제 애로사항을 가져오라고 해도 별로 가져오는게 없다"고 기업들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2세 기업주에 대해서도 "엔지니어 공부를 하지 않고 대부분 파이낸스를 공부해 투자를 잘 하는데 반해 기술격차를 뚫고 나가는 일은 잘 못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또 "투자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는 얘기가 있는데, 1만달러짜리 사람이 있는 곳에 1만달러 경제가 나오고 10만달러짜리 사람이 있는 곳에 10만달러 경제가 나온다"며 "20∼30대와 여성에게서 변화 조짐을 느끼고 있다"고 피력했다.

경기와 관련해서는 "상반기 경제는 수치가 좋았던 반면 체감 경기가 좋지 않았고 하반기 경제는 수치상 상반기보다 나빠지겠지만 느낌으로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