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민연금 의료보험 조세 등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소비성 지출이 크게 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저축률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LG경제연구원이 15일 내놓은 '저축률의 빈부격차 확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 저축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19.9%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 2002년에는 4.7%까지 내려갔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저축률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소득 기준 상위 30% 계층의 저축률은 97년 37%에서 올 1ㆍ4분기 35%로 소폭 하락한 반면 하위 30% 계층은 9%에서 마이너스 12%로 추락했다.

저축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저축은커녕 생계를 위해 오히려 빚을 내야 하는 가계 적자 상태를 뜻한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된 탓도 있지만 공적연금 사회보험 등 개인들이 강제로 내야 하는 비소비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LG경제연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80년대 전체 소득의 4.1%에 불과했던 도시근로자 가구의 비소비 지출 부담이 올 1ㆍ4분기에는 사상 최고 수준인 12.3%로 높아졌다.

1백만원을 벌어 12만3천원을 각종 연금ㆍ보험료 등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하위 30% 계층의 소득에서 비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7년 7.7%에서 올 1ㆍ4분기 10.9%로 3.2%포인트(상위 30% 계층은 2.4%포인트) 상승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의 비소비 지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연금 및 보험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