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자력 발전산업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최근 캐나다 원자력공사(AECL)ㆍ이탈리아 안살도 컨소시엄 등과 공동으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체르나보다 원전 3호기' 건설을 위한 2단계 타당성 조사수행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MOU는 자금조달 등 프로젝트 세부계획과 계약서 작성을 위한 준비 절차여서 사실상 사업 수주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20여년간 축적된 한국의 원전 기술이 해외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게 됨에 따라 향후 15년간 4백억달러의 물량이 쏟아질 중국 원전시장 수주전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준호 한국전력공사 사장, 이중재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대중 두산중공업 사장 등이 이달 하순 중국을 방문해 원전 수주 활동을 벌일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중국정부는 올해말부터 내년까지 8기의 원전을 잇달아 발주할 계획이다.

루마니아 원전사업은 건설공정 17% 수준에서 중단된 체르나보다 원전 3호기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다.

이 원전은 국내 월성원전과 동일한 7백6MW급 캐나다형 중수로(CANDU-6)로 완공 시점은 2010년이다.

총 사업비는 1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본계약은 내년 초 체결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3개국 컨소시엄을 통해 타당성 조사, 자금조달 방안 마련, 사업계획 확정, 공사 수행, 초기운영 지원 등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전반을 총괄 수행하게 된다.

이는 기술 지원이나 일부 기자재 공급, 용역 제공 등 부분적인 참여에 그쳤던 과거의 해외 원전건설 사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특히 사업타당성 조사단계에서부터 한국전력기술(원자로 설계) 두산중공업(주요 기자재 공급) 현대건설(공사 수행) 등과 함께 참여하게 돼 국내 업계 전체로는 3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자금조달 창구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