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으로 국내 일자리 얻기가 갈수록 힘들어지자 외국인 근로자들과 국내 근로자들간의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의 일용직을 비롯한 국내 저임근로자들은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를 다 빼앗아간다"며 정부에 강력 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지방 공단지역에선 외국인 근로자들과 국내 근로자들간의 충돌이 잦아지는 등 '파이(일자리)'를 놓고 국내외 근로자들이 다투는 이른바 '인력의 글로벌경쟁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국내 저임근로자들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이르자 15일 법무부와 노동부가 공동 담화문을 내고 불법체류 외국인과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주, 알선브로커들을 강력히 단속하고 처벌하겠다고 밝히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건설현장 등 저임근로시장이 이미 외국인 의존도가 워낙 높아진 상태여서 정부의 대책이 먹혀들지 미지수다.

또 현 정부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등은 외국인 근로자문제를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책갈등도 우려된다.

현재 불법체류자는 16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건설현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근로자가 절반인 8만명에 달하고 나머지는 중소기업의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노동부는 추산하고 있다.

건설현장 등은 불법체류 외국인이 없으면 공사가 안될 정도로 외국인 인력의존도가 절대적이다.

◆ 거세지는 국내 근로자들의 반발 =국내 건설일용직 근로자 30여명은 지난 12일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불법체류외국인을 추방해줄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값싼 외국인근로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 근로자들이 취업할 곳이 없다며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라고 요구했다.

법무부 노동부 등에도 추방요구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노조들은 "외국인근로자를 채용할 때 노조에 사전 동의를 얻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동부의 권기섭 외국인고용대책과장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예전엔 외면했던 3D업종 일자리를 놓고도 국내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불법체류자 강력단속 =강금실 법무,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합동담화문에서 "외국인 체류 및 고용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히 다스려나갈 것"이라며 "상습적으로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나 이를 알선하는 중개인에 대해서는 엄중한 형사처벌과 함께 향후 외국인 근로자 고용기회를 배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불법체류자 문제를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고용주나 브로커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터여서 갑작스런 정책전환으로 산업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 인도주의, 사회적인 약자 정책과 상충문제 =특히 참여정부 들어 외국인 근로자를 여성 노약자 장애인 등과 함께 사회적 약자로 분류, 차별철폐정책을 펼치면서 인권단체나 노동단체, 일부 TV프로에서까지 불법체류자 단속을 마치 인권침해인 양 주장해온게 사실이었다.

따라서 이번 단속강화 방침이 인권분야 등 상충되는 정책과 타협점을 찾는 것도 난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