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parody)의 사전적 뜻은 '저명작가의 시구나 문체를 모방해 풍자적으로 꾸민 익살스러운 시문'이다.

널리 알려진 작품의 자구나 이미지를 변형 혹은 과장하는 과정을 통해 특정 사물이나 사건을 꼬집고 비틀어봄으로써 사람들에게 즐거움 내지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는 장치인 셈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실은 중세 기사도 전설의 패러디라고 하는 데서 보듯 종래엔 문자를 이용한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문자와 사진 포스터 동영상 등 시각이미지가 두루 쓰인다.

패러디의 특징은 인기작이나 유명작을 소재로 함으로써 듣거나 보는 사람 모두 무슨 내용인지 쉽게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광고나 영화에서 히트작을 패러디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바퀴벌레 광고에서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이나,국민연금제도의 허점이 표면화되자 '살인의 추억'이 아닌 '연금의 추억'이란 말이 나오는 식이다.

인터넷상의 정치패러디가 확산되더니 청와대 홈페이지에 영화 '해피 엔드' 포스터의 여주인공 얼굴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로 바꾼 사진이 실려 물의를 빚고 있다.

정치패러디의 경우 상대를 조직폭력배나 무법자로 만들고 온갖 상스러운 말을 퍼붓더니 개그사이트 아닌 공공사이트에 낯 뜨거운 패러디사진이 오르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패러디는 하고 싶은 말을 노골적으로 하지 않고 어딘가에 빗대어 함으로써 비판의 대상과 그것을 대하는 사람 누구나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제아무리 비틀고 비꼰 것이라도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따끔한 한편으로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함도 물론이다.

이상한 괴물과 못생긴 공주를 내세운 만화영화 '슈렉'이 디즈니영화의 패러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끌어모으는 건 멋진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가 만나야 행복하다는 디즈니 공식에 식상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패러디는 어떤 경우에도 유쾌하고 통쾌해야지 불쾌하거나 찜찜한 건 곤란하다.

저급한 정치패러디 범람을 막기 위한 관련법과 규정이 필요한 건 물론 네티즌과 정치인 모두의 건전한 양식이 아쉽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