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천억여원 규모의 추경안이 우여곡절 끝에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는 15일 새벽 예결위 소위에서 추경안에 합의,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으나 한나라당이 막판에 합의를 뒤집는 바람에 개의가 3차례나 연기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요구한 신행정수도 용역비 배정 등은 여당의 힘에 밀려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뒤집기=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당의 요구조건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예결위 소위합의를 뒤집었다.

한나라당은 예결위 회의를 앞두고 갑자기 신행정수도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비 50억원 배정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 대한 정부의 1백90억원 지원,강원도 정선 하천준설사업비 50억원 배정 등을 들고 나왔다.

내부적으로는 부산에서 개최되는 APEC에 대한 지원을 따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쪽 여론을 의식,재정지원을 추경안 부대조건에 넣지 말고 구체적인 지원시기와 규모를 명시하라는 요구였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불과 몇 시간만에 뒤집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며 수용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양측간에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4시로,다시 6시로 늦춰졌다가 마지막에는 9시까지 연기됐다.

◆결국 원점으로=명분에서 밀린 한나라당은 논란 끝에 예결위 합의사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돌아섰다.

따가운 비판여론을 의식해 당초 요구했던 3개사항 중 단 하나도 관철시키지 못한 채 '백기'를 든 것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선회로 오후 7시쯤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추경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이어 본회의에서도 찬성 2백31표,반대 19표,기권 5표로 처리됐다.

◆여당내부 신경전=APEC 재정지원문제는 여당으로 불똥이 튀었다.

의총에서 제주 출신인 강창일 의원은 "당초 국가예산을 받지 않기로 했던 것인 만큼 이제와서 수백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하자 부산 출신인 조경태 의원은 "지역민심이 악화된 만큼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줄 것은 줘야 한다"고 맞서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이재창·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