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머리 위에는 나무그늘이 드리워졌다. 눈을 감으니 물 흐르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산새의 지저귐도 이따금 들려온다. 녹음 사이로 비친 햇살은 물 위에 반짝이며 부서진다.'

상상만 해도 시원한 계곡의 정취다.

제 아무리 맹렬한 무더위라도 이런 계곡에서는 힘을 잃고 말 것 같다.

◇ 지리산 뱀사골

뱀사골은 '계곡' 하면 생각나는 장소중 하나다.

반야봉(1,732m)과 명선봉(1,586m) 사이로 뻗어 내린 뱀사골은 지리산 내 수많은 골짜기 가운데 피서 산행지로 인기 높은 골짜기다.

뱀사골대피소에 이르기까지 경사가 완만해 노약자들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으로 들어가면 뱀사골로 안내하는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북부지소 (063)625-8911

◇ 덕유산 구천동 계곡

덕유산은 산과 계곡이 모두 빼어난 곳이다.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주봉인 향적봉(1천6백14m)을 중심으로 해발 1천3백m 안팎의 봉우리 6개가 늘어서 있다.

30km가량의 덕유능선은 산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코스.

구천동계곡은 여름 산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33경으로 유명하다.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었다는 나제통문을 시작으로 설천을 따라 국립공원입구 세심대까지 14경이 잇달아 나타난다.

구천동 이외에 칠연계곡, 적상계곡 등도 더위를 피하기에 좋다.

덕유산 국립공원 (063)322-3174

◇ 포항 내연산계곡

내연산은 해발 7백10m에 불과하지만 험한 바위벼랑과 수많은 폭포들을 끌어안고 있는 보기 드문 산세를 지녔다.

기세 좋게 물살을 쏟아내는 폭포들이 12개나 줄지어 나타나기도 한다.

신라 때 지은 절 보경사가 골짜기 탐방의 출발점이다.

두 개의 폭포로 이뤄진 쌍생폭포를 시작으로 수려한 바위골짜기가 펼쳐진다.

내연산 계곡 경치의 압권은 연산폭포와 그 주변 절벽.

수직절벽과 깊은 소가 어울려 계곡미의 절정을 이룬다.

보경사 종무소 (054)262-1117

◇ 방태산 아침가리골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위치한 아침가리 골짜기엔 아직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비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침가리골은 방태산휴양림으로 유명한 적가리골의 이웃 집 격.

최근 풍광이 뛰어나다는 말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인근에 필례약수와 오색온천, 주전골 등의 명소가 있고 원시림이 울창한 곰배령도 가볼 만하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1

◇ 평창 금당계곡

평창강 상류 장평 백옥포리에서 대화면 개수리에 이르는 10km가량의 강줄기는 금당산(1173m) 옆을 끼고 돌아 금당계곡이라 한다.

백옥포에서 유포1리 등매분교(폐교)까지 4km 정도의 경치가 특히 빼어나다.

좌우로 굽이굽이 바위절벽이 물길을 돌린다.

유포1리에서 남쪽으로 유포3리 부근까지는 급류타기 코스다.

평창군 문화관광과 (033)330-2751

◇ 원주 치악산 고둔치계곡

치악산은 구룡사, 입석사, 영원사 등의 사찰탐방과 등산을 즐기기 위해 자주 가는 곳이다.

원주쪽에서 접근하는 코스는 대부분 공개됐으나 횡성쪽에는 아직 비경이 남아 있다.

원주쪽을 전치악산, 횡성쪽을 후치악산이라고 부른다.

울창한 숲과 가재바위, 반석 등의 기암과 크고 작은 폭포들이 어우러져 선경을 보여준다.

특히 부곡폭포 부근의 정경이 뛰어나다.

치악산국립공원 (033)732-5231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