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위 에이즈 정책담당 관리는 14일 미국이 내년도에 국제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기금(GFATM)에 10억 달러를 기부해달라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전날 요청을 즉각 거부했다.

이에 유엔의 아프리카 담당 에이즈 특사인 스티븐 루이스가 미국의 태도를 유엔승인없이 이라크전을 벌인 행위와 비교하면서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존 케리 미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집권하면 에이즈 기금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을 두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등 현 정부와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의 랜달 토비아스 국제에이즈 조정관은 이날 방콕에서 열린 국제에이즈회의에 참석중 AP통신과 회견에서 "미국은 금년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기부금 액수의 거의 2배인 24억 달러를 썼다"며 "추가 기부는 없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BBC와 회견에서 목표 예산인 36억 달러에 훨씬못미치고 있는 국제에이즈기금에 미국이 내년에 10억 달러를 기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토비아스 조정관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걷혀 은행에 예치된 자금을 현장에 투입하는 등 인프라와 시설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데 힘을 쏟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엔의 루이스 특사는 "토비아스 조정관의 발언에서 전세계가 가장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인식할 능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며 자신은 토비아스와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즈와 싸우는 최선의 방법은 미국이 에이즈기금과 관련된 기존의 모든프로그램을 접는 것"이라며 "미국은 이라크전 전에는 유엔을 쓸모가 거의 없는 존재로 여겼지만 이제 유엔은 미국이 이라크 계획을 추진하는데 중심이 됐다"고 미국의자세를 비판했다.

이번 방콕 에이즈회의에서는 미국이 베트남과 아프리카및 카리브해 지역의 14개국을 주로 겨냥한 5개년 비상에이즈구호 사업에 150억 달러를 사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국제 에이즈 기금 지원에 소극적인 데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에이즈 퇴치 활동가들은 "미국이 에이즈 예방책으로 콘돔 대신 금욕을 주장하는자국의 생각에 동조하는 국가들만 돕는 대신 128개국이 관련된 국제 에이즈 기금에자금을 제공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케리 후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아프리카 성장.기회법(AGOA)'의 무역및투자규정을 연장하는 법안에 서명한 것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AGOA는 미국이 에이즈와 싸우는 아프리카를 도우며 파트너십을 확대하기위해 필요한 유일한 요소"라며 에이즈 퇴치 사업을 위한 미국의 기부금을 두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방콕 AP.AFP=연합뉴스)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