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제주지점.

6백평 규모의 펜션에서 NIL(지능화연구소)팀 직원 15명이 지난 4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사무실 창문으로 밀려들어오고 뒷편으론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푸른 잔디가 나풀거리는 앞뜰엔 족구장이 마련돼 있다.

지난 15일 제주지점을 개소하고 본격적으로 본사 이전을 위한 실험에 들어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36)은 "다음의 제주 이전 프로젝트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지방 이전에 따른 법인세 감면 같은 정책적인 지원보다는 인터넷기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근무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의성을 자극하는 근무환경이 중요하다는 것.그는 "서울에서는 3km 거리에서도 출근하는 데 40분이 걸릴 정도"라며 "수도권에서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닦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제주 이전을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다음이 국내 최고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으로 '도전정신'을 꼽았다.

본사 이전 프로젝트인 '즐거운 실험'도 "직원들의 삶의 행태와 가치관을 바꾸는 도전"이라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다음 내부에서 이 프로젝트를 'DNA를 바꾸는 작업'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데서 창의적 발상은 비롯된다"고 얘기했다.

이 사장은 다음의 초창기 주요주주였던 독일 베텔스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기업들이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서 타운을 형성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본사 제주 이전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베텔스만은 인구 2만의 소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전세계에 6백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며 "본사가 소도시에 있다 보니 근무환경이 쾌적할 뿐 아니라 직원들이 외부로 뻗어나가려는 진취적인 자세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이 제주로 본사를 옮기면 베텔스만처럼 해외 진출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이 사장은 보고 있다.

게다가 제주는 비행기로 서울은 물론 도쿄 상하이 등 동북아 주요 도시를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다음은 최근 일본 커뮤니티 업체인 카페스타를 인수했고 중국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우수한 인재들이 흔쾌히 제주도에서 근무하겠다고 나설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다양한 복지혜택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원 자녀들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직원들의 주택 마련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제주대 부지에 건설하고 있는 임시사옥이 내년 초 완공되면 2백∼3백명의 직원이 추가로 옮겨오게 된다"며 "그때쯤이면 본사를 제주로 옮길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최종결정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의 '즐거운 실험'은 지난 3월 제주도청 제주시청 제주대 등과 본사 이전을 위한 협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4월에는 NIL팀이 이주했고 지난달 말에는 다음미디어본부 직원 38명이 제주로 옮겨왔다.

한편 이 사장은 KT 계열사 KTH의 통합포털 '파란닷컴'이 17일 출범하는 것과 관련,"대기업이라고 해서 인터넷사업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KT CJ 등이 위협적인 경쟁상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