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계획을 가져와 봐."

장관취임 직후 럼스펠드가 지시했다.

전쟁기획자들이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극비 작전계획 5027호를 브리핑했다.

럼스펠드는 충격을 받았다.

"미사여구로 구슬리겠습니까? 아니면 모기 한 마리를 때려잡기 위해 쇠망치 75개를 그 땅으로 운반하겠습니까?"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세워놓고 있소?"

부시가 물었다.

럼스펠드의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전쟁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복잡해서 몇년씩 걸립니다."

"그걸 하도록 합시다."

'공격 시나리오(원제:Plan of Attack)'(밥 우드워드 지음,김창영 옮김,따뜻한손)는 이라크 전쟁의 진실과 허위,극비 한국전쟁 계획,돈으로 무장한 CIA공작 등 부시 정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30여년 전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닉슨을 물러나게 만든 대기자.

현직 워싱턴포스트 편집부국장인 그의 이 책이 나온 뒤 경쟁지인 뉴욕타임스가 "최고의 영향력과 설득력을 갖춘 책"이라고 극찬했던 역작이다.

그는 부시와 그를 둘러싼 네오콘이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공식 논리와 또다른 동기,영국을 비롯한 동지들과 '악의 축'이 맞물린 국제관계의 막후를 현미경과 망원경으로 번갈아 비춘다.

부시의 요구에 따라 럼스펠드와 프랭크스 사령관이 '후세인을 타도하고 정권을 교체하며 대량살상무기와의 연계,인접국가에 미치는 위협 등 모든 위험 제거'라는 목표 아래 16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짜는 모습이 섬뜩하다.

9·11 이후 '악의 축'1순위가 북한에서 이라크로 바뀌는 과정도 '상상할 수 없는 것까지 상상'하는 백악관의 이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온갖 이해관계와 권모술수가 얽힌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을 이보다 더 선명하게 비춘 렌즈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국가경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거울 역할을 하기도 하고 글로벌 경제 시대의 기업 경영전략 수립에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5백83쪽,1만8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