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위협속 치안 '구멍'…국제 망신 ‥ 외국공관에 외국인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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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벨기에 대사관 관저에 강도가 들어 대사 부부를 전깃줄로 묶고 금품을 턴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공관 경비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선일씨 피살,한국선박에 대한 아랍무장단체의 폭파협박 등 테러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터져 국내 치안부실을 국제적으로 드러낸 '망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6일 오전 1∼2시 사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 주한 벨기에 대사관저에 강도가 침입,쿤라드 루브루아 대사 부부를 결박해 감금시킨 후 금품을 털어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루브루아 대사와 부인은 복면을 쓴 흑인 강도 1명에 의해 손발을 전깃줄로 묶이고 테이프로 입이 막힌 채 관저 지하 1층 보일러실과 2층 창고에 각각 감금됐으며 금품까지 털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 운전기사 박모씨는 "오전 7시15분께 관저에 출근해 감금된 대사 부부를 발견한 필리핀인 가정부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고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대사 부부는 관저 인근 순천향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별다른 외상없이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수법으로 미뤄 각국 대사관과 관저가 밀집된 이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의 소행으로 보고 이 일대의 외국인 불법 체류자 등을 중심으로 범인 추적에 나섰다.
◆테러위협속 치안구멍=경찰은 9·11 미국 테러 이후 공관경비체계를 강화,각 공관 부근마다 고정 초소를 설치하고 24시간 순찰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사건 발생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1백80여명의 용산경비대가 맡고 있는 공관이 80여개에 달한다"며 "공관수가 워낙 많고 일부 공관은 규모가 커 경찰이 완전한 경비체계를 갖추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벨기에 대사관 정문 2m 옆에 경비초소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관 경비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더구나 외국 대사관에 강도가 든 것은 단순한 강도 사건에 그치지 않고 지난 64년 맺어진 국제협약인 빈 협약을 깨뜨린 '국가적인 망신'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빈 협약 22조에는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 교란이나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국민불안감도 높아져=회사원 박모씨(32)는 "국가기관 해킹 사건에 이어 외국 대사관에 강도마저 들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치안력을 믿어도 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최대한 빨리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이번 사건은 김선일씨 피살,한국선박에 대한 아랍무장단체의 폭파협박 등 테러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터져 국내 치안부실을 국제적으로 드러낸 '망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6일 오전 1∼2시 사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 주한 벨기에 대사관저에 강도가 침입,쿤라드 루브루아 대사 부부를 결박해 감금시킨 후 금품을 털어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루브루아 대사와 부인은 복면을 쓴 흑인 강도 1명에 의해 손발을 전깃줄로 묶이고 테이프로 입이 막힌 채 관저 지하 1층 보일러실과 2층 창고에 각각 감금됐으며 금품까지 털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 운전기사 박모씨는 "오전 7시15분께 관저에 출근해 감금된 대사 부부를 발견한 필리핀인 가정부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고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대사 부부는 관저 인근 순천향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별다른 외상없이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수법으로 미뤄 각국 대사관과 관저가 밀집된 이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의 소행으로 보고 이 일대의 외국인 불법 체류자 등을 중심으로 범인 추적에 나섰다.
◆테러위협속 치안구멍=경찰은 9·11 미국 테러 이후 공관경비체계를 강화,각 공관 부근마다 고정 초소를 설치하고 24시간 순찰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사건 발생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1백80여명의 용산경비대가 맡고 있는 공관이 80여개에 달한다"며 "공관수가 워낙 많고 일부 공관은 규모가 커 경찰이 완전한 경비체계를 갖추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벨기에 대사관 정문 2m 옆에 경비초소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관 경비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더구나 외국 대사관에 강도가 든 것은 단순한 강도 사건에 그치지 않고 지난 64년 맺어진 국제협약인 빈 협약을 깨뜨린 '국가적인 망신'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빈 협약 22조에는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 교란이나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국민불안감도 높아져=회사원 박모씨(32)는 "국가기관 해킹 사건에 이어 외국 대사관에 강도마저 들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치안력을 믿어도 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최대한 빨리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