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6일 작년 말부터 해온 '신용카드 부실 대란' 특감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카드대란의 원인이 감독부실에 있다며,재경부 금감위 금감원에 '기관 주의' 조치를 내리고 금감원 부원장에 대해 인사조치할 것을 금감원장에 통보했다.

또 금감위와 금감원이 2000년 체결한 업무관장 약정(MOU)은 정부조직법에 어긋나 성립될 수 없다며 금감원 감독업무의 상당부분을 금감위로 환원토록 통보했다.

그러나 전윤철 감사원장이 '정책감사'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카드 정책의 잘잘못에 대해선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고 넘어가 '용두사미 특감'이 돼버렸다.

특히 카드정책 입안에 관여한 재정경제부 장관,금융감독위원장,규제개혁위원장 등 당시 고위 책임자들에 대해선 어떠한 문책도 내리지 않아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카드 대란'원인 규명됐나

감사원이 이날 밝힌 카드 대란의 원인은 △카드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 △카드사의 무분별한 확장 경영 △금융감독 부실 3가지이다.

그러나 김홍범 경상대 교수 등 이 분야 전문가들은 "재경부를 중심으로 한 정책입안 부처에서 외환위기 직후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카드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정책적 측면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재경부는 1997년부터 1999년까지 현금서비스 한도 철폐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한 것이 지적됐다.

2001년 금융감독 당국이 현금서비스 규제 및 길거리 카드 회원 모집 규제를 재경부와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건의했음에도 묵살당했음이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밝히면서도 "카드 대란은 감독 부실이 주원인이며 카드 규제완화 정책은 당시 상황으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재경부 주장만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감사원이 '힘있는 기관들'(재경부,규개위)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렸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감사원 문책의 형평성 논란

하복동 감사원 재정금융감사국장은 이날 특감결과 브리핑에서 "정책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 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 문책하기 힘들다"며 당시 재경부 장관 문책 불가론을 폈다.

그는 또 "카드 부실 당시 금감위원장(이용근씨 등)은 현재 더이상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의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대신 당시 카드감독 실무 국장이었던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에 대해서만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금감원측에선 이에 대해 "형평성을 잃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 국장은 "김 부원장의 경우 인사조치를 요구하긴 했지만 해임을 권고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형평성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