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지난 14일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 사건과 관련,북한 함정의 송신사실을 숨긴 채 상부에 허위 보고해 군 지휘체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이라고 조영길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가 지난 14일 'NLL월선' 사건을 논의한 결과,북측 경비정이 '지금 내려가고 있는 선박은 우리(북) 어선이 아니고 중국 어선'이라는 등 3차례 무선 응답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고를 받고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군은 당일 북 경비정이 NLL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고 함정간 핫라인(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모두 4차례 경고방송을 했으나 북측이 응답하지 않고 NLL을 넘자 두발의 경고용 함포를 발사했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따라 국방부 박정조 동원국장(육군소장)을 단장으로 한 합동조사단은 사건 경위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군 작전규정에 따르면 NLL상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함대사령부는 합참과 해작사에 동시에 보고해야 한다. 발포 명령권도 함대사령관에게 있다.

이번의 경우 2함대 사령부가 합참에 북한 함정의 송신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작사 역시 합참의 확인 요청이 있을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군 일각에서는 해군 함정이 현장에서 착각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중국어선이 내려가고 있다'는 북측 송신을 허위 사실로 판단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당일 NLL을 월선한 선박이 북한 경비정인지,중국 어선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은 북측의 주장대로 월선 선박이 중국 어선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일 날씨가 좋지 않아 가시거리가 3마일에 불과해 오인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군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첨단 정보수집 장비인 해군전술자료체계(KNTDS)에 황해도 장산곶 인근에서 출발한 북측 경비정이 NLL을 넘은 항적이 명확하게 찍혔기 때문이다.

또 만약 중국 어선이었다면 중국 측의 항의가 뒤따라야 하는데 아직까지 중국측 반응이 없는 점도 북측 경비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요인이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