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다.


거래는 줄고, 주가는 박스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와 중국의 경기 연착륙 소식으로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바닥을 찍고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유가, IT경기 하강, 미국 금리 인상 등 악재의 벽은 여전히 두텁다.


이럴 때는 역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주목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여간의 약세장에서도 일부 종목을 계속 사모으고 있다.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과는 관계없이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외국인의 수익률은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에 비해 월등하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따라 하는 것도 훌륭한 투자전략이라고 말한다.



◆ 어떤 종목을 사고 있나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종목은 지난 15일 현재 18개에 달한다.


포스코 에스원 현대자동차 KT&G CJ 삼성중공업 등 여러 업종에 걸쳐 있다.


그러나 이들에는 몇 가지 분명한 특징이 있다.


실적이 호전되거나,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거나, 안정된 수익을 내는 종목들이라는 점이다.


시황에 따라 우왕좌왕하는게 아니라 확실하게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내재가치를 보유한 종목들을 골라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종목들 가운데 KT&G나 에스원은 강력한 시장지배력으로 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안정된 수익을 내는 종목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아시아에서 가장 저평가된 기업이다.


하나은행은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기업가치가 급상승한 종목이다.


현대자동차는 내수 부진으로 논란이 일고 있지만,외국인은 수출 증가에 따른 실적 호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첫째는 기업가치와 주가 수준을 보고, 두번째는 실적 호전 여부를 따지고, 마지막으로 경기를 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며 "외국인의 투자 기준에 부합되는 종목은 한 마디로 우량주"라고 지적했다.



◆ 외국인은 A, 개인은 C학점 =약세장이었던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매수대금 기준) 상위 20개중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6개뿐이고 14개 종목이 상승했다.


평균 상승률은 6.8%다.


극동전선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10% 이상 오른 종목이 포스코 한진해운 동국제강 한화석유화학 등 4개나 된다.


이 기간중 종합주가지수가 1.7%가량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다.


반면 기관투자가의 순매수 상위 20종목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11개로 평균 1.3% 오르는데 그쳤다.


10% 이상 상승한 종목은 공개 매수라는 특수상황이 발생한 넥상스코리아를 포함해 포스코 LG석유화학 등 3개다.


개인투자자의 성적표는 가장 떨어진다.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중 오른 것은 SK케미칼 한 종목이다.


삼성화재 금호전기 아남반도체 등 11개 종목이 10% 이상 떨어졌다.


주가 상승률은 평균 마이너스 10.1%로 큰 손실을 봤다.


외국인이 높은 수익률을 거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들이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 전략을 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량주 중에서도 경기 전망이 하향으로 돌아선 IT주는 지난 한 달간 쳐다보지도 않았다.


현재가치도 중요하지만,미래에도 안정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 모멘텀에 집착하는 개인투자자와는 전혀 다른 태도다.


다른 한 가지 요인은 이들이 시장의 유일한 매수세력이라는 점이다.


기관과 개인은 요즘 거의 주식을 사지 않는다.


물론 외국인도 매매 규모를 줄이기는 했다.


그러나 시가총액 상위 종목중 우량주를 주요 매매 종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결국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게 돼 있다.



◆ 외국인 따라하기 =우선 50%나 1백% 같이 고수익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인은 대개 저평가된 종목을 사서 오를 때를 기다리는 패턴을 보인다.


인내심이 없거나, 단기에 떼돈을 벌 생각을 갖는다면 외국인 매매를 따라할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외국인이 사는 종목 중에서도 기관이 함께 사는 종목은 투자대상 '0순위'다.


포스코와 현대차의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계 펀드는 매수 결정을 내리면 주가와 관계없이 일정 물량을 꾸준히 사들인다"며 "외국인 따라하기 전략은 특히 약세장에서 좋은 투자기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