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여 상상하자.'

연예인 장나라가 눈을 지그시 감고 푹신한 소파에 살포시 던져지는 상상을 하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대한펄프 신제품 생리대 '프린세스'의 TV광고다.

커버에 순면이 함유돼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 주제다.

장나라의 '공주' 같은 이미지와 고급 생리대의 이미지를 잘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활용품은 고급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시장을 어떻게 분할해 마케팅을 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지난 3월 전문 경영인으로 대한펄프에 영입된 이견 사장(59)은 자신의 역할을 이처럼 설명했다.

대한펄프는 지난 89년 국내 진출한 P&G에 위생용품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넘겨준 뒤 15년간 3위 자리에 머물러 있다.

특히 외환위기 직전 투자한 청주공장 판지제조설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급증,부채비율(작년말 7백35%)도 높은 편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LG생활건강 생활용품 부사장과 LG MRO사장을 거친 이 사장이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셈이다.

그는 "경기가 나쁠 땐 고급과 저급제품만 살아난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제품 개발과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한 고급제품의 창출"이라고 경영전략을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이 전략에 따라 조직부터 손질했다.

공장 인력을 대폭 줄이는 대신 8개의 혁신팀을 창설하고 예산을 전폭 지원했다.

과장급이 팀장을 맡는 등 젊은층 위주로 구성된 혁신팀은 신상품개발 아이디어제안도 전담하고 있다.

비데 전용 화장지 '비데후엔'도 혁신팀이 만들어냈다.

비데를 사용하면 휴지가 필요없다는 통념을 깨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이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비데후엔은 출시 3개월 만에 1백50만개가 팔리는 등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한펄프는 올 상반기 결산에서 적자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신제품들이 선방했지만 마케팅 비용을 아끼지 말라는 이 사장의 주문 때문이었다.

이 사장은 "제품 출시 후 소비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가 회사의 장기수익을 결정하기 때문에 투자를 아껴서는 안된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 적자분을 초과할 정도의 순익을 내 흑자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