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간적이고 동시에 친환경적인(Friendly to Both People and the Environment)'

지난 16일 오전 찾은 일본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내 쓰쓰미(堤)공장 입구에 적힌 이 캐치프레이즈는 도요타의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공장 정문 앞에 친환경 미래차량의 대명사인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 2대가 야외에 전시돼 있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본사에서 쓰쓰미 공장까지 이어지는 길가 곳곳에는 도요타시 인근 사토시에서 열리는 `2005 엑스포'를 앞두고 `지구를 사랑하자'(愛地)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도요타시 전체에 부는 친환경 붐을 실감케 했다.

지난 70년 소형차 전용 생산 공장으로 탄생한 쓰쓰미 공장은 도요타의 6번째 공장으로 도요타시 본사에서 6㎞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부지면적 34만평, 건물면적 18만평 규모로 캠리, 렉서스 ES330, 프리우스 등 9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근로자수는 6천500명이다.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각종 기계가 발산하는 열까지 더해 조립공장안은 찜질방을 방불케 했지만 근로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일에 집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도요타는 조립작업의 80%가 자동차내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 작업의 편리성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단 도어를 떼낸 뒤 모든 조립이 다 완료된 후 다시 도어를 장착하는 `도어리스 공법'을 활용하고 있다.

철판을 잘라서 차량 1대가 완성되는데까지는 20시간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 차량1대당 3만개의 부품이 소요된다.

조립 공장 한 가운데는 도요타의 모토인 `좋은 품질, 좋은 생각'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큼지막하게 설치돼 있었다.

도요타 생산방식(TPS.Toyata Production System)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인 `JIT'(Just in Time)와 `자동화'는 이 공장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이날 공장 안내를 맡은 도요타 홍보부 다케다 케이코씨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특징은 높은 생산성, 좋은 품질, 짧은 납기 등 3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만큼 필요할 때 공급, 효율을 최대화하고 낭비를 최소화한JIT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IT 시스템은 `간판(작업지도표) 시스템'에 의해 실행된다.

협력업체가 부품 상자에 부품의 수량과 종류 등 부품에 대한 각종 정보가 바코드안에 담긴 간판이라 불리는 종이표를 부착, 공장으로 보내면 공장에서는 컴퓨터를통해 바코드 정보를 읽어낸 뒤 협력업체에 해당 부품의 장착 진행 상황, 재고 현황등을 곧바로 전달하게 된다.

쓰쓰미 공장의 경우 부품의 평균 재고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하며 협력업체에서는 간판시스템을 통해 부품 재고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 하루에 많게는 7-8번씩 물량을 조달하고 있다.

도요타 공장은 모두 12곳(별도 법인 3곳 제외)으로 이 가운데 10곳이 도요타시에 있는 것을 비롯, 12개 공장이 다 아이치현에 위치해 있는데 협력업체의 80%가 90분 이내 거리에 밀집돼 있어 부품공급의 효율성을 더해주고 있다.

도요타는 `자동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動'에 `사람 인'(人)변을 붙인 신조한자를 쓴다.

가치를 낳지 못하는 자동화는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그만큼 `인간중시', 현장주의인 `현지현물'을 강조하는 도요타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요타 `품질경영'의 이면에는 한 공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해결, 한치의 문제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공정 도중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생하면 작업대 위에 걸려있는 흰색 로프(히모)를 잡아당겨 문제를 알리고 팀장이 즉각 출동, 그 자리에서 문제를 풀고 다음 공정으로 넘기게 된다.

히모를 당기면 이상 발생 신호음과 함께 천장에 매달린 `안돔'이라 불리는 전광판에서 문제가 생긴 위치에 불이 켜진다.

이날 조립공장에서도 몇번씩이나 `안돔'에는 불이 들어왔으며 그때마다 해당 공정의 직원들이 모여 불량률 제거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공장 한편에서는 불량률을 없애기 위한 1천개 항목에 대한 검사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좋은 품질, 좋은 생각'이라는 모토에 맞게 도요타에서는 지난 51년부터 `아이디어 제안제도'를 실시, 활성화하고 있다.

다케다씨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총 53만개의 아이디어가 제출돼 1인당 평균 11개의 아이디어를 고안해낸 셈"이라며 "인센티브 제공 차원에서 1인당 최하 500엔에서 20만엔까지 상금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조립 공정에서 작업자들을 따라다니는 `바퀴차'도 아이디어 제안제도에서 채택된 것이다.

이는 각종 부품을 실은 차량이 작업자와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작업자는 조립 과정에서 일일이 필요한 부품을 가지러 가지 않아도 돼 그만큼 시간 절약과 효율성 효과를 얻고 있는 것. 도요타 생산 방식의 또다른 특징은 한 라인내 여러 차종 동시생산이다.

쓰쓰미 공장의 경우 2개의 라인에서 각각 4개,5개의 차종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나타 신(金全新) 전무는 "한 라인에서 한 차종만 생산하면 판매 추이에 따라가동률이 불규칙할 수 있지만 여러 차종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항상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며 "부품 표준화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모든 차량에는 범퍼 부분에 모델명, 필요한 부품 등 해당 차량의 정보를 담은 `생산지시지'가 부착돼 작업자는 지시지를 보고 맞는 부품을 찾아 조립하며 차량 위에 붙은 `리모트 아이디'를 통해 로봇 작업시 차량별 종류에 맞는 조립작업이 가능하다.

프리우스 생산 공장 답게 쓰쓰미공장은 도요타 공장 중에서도 환경 부문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공장 구석구석에 붙어있는 `보다 나은 환경을 지향하며'(Aiming for a Better Environment)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 쓰쓰미 공장은 모든 장치에 환경 관련 모니터를설치, 오염물질 배출도를 일일이 통제하는 등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야간에는 완전히 전기가동을 중단하는 절전 캠페인과 소음측정 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폐수 정화장치를 통해 모든 폐수는 완전히 정화된 상태에서 공장 밖으로 나간다.

특히 쓰쓰미 공장은 매립쓰레기 오염물질을 완전히 없애보자는 `제로 이미션(Zero Emission)' 운동에 도전, 실제로 지난 97년 12월 기준 28개 아이템에서 568t에이르던 매립쓰레기 양을 99년 10월에는 완전히 없애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쓰쓰미 공장을 바로 빠져나오면 논이 펼쳐져 있다.

도요타 아시아 지역 오노 마고토 마케팅 지원 실장은 "주변 지역의 환경에 미칠영향을 생각해서라도 깨끗한 물 외에는 밖으로 내보낼 수 없게 돼 있다"라며 "공장주변이 논이라는 점은 도요타 공장의 친환경적 측면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전했다.

(도요타시<아이치현>=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