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최근 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석사(MBA)과정 학생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턴어라운드(turnaround) 경영'에 대한 강의를 요약 소개한다.


'턴어라운드'는 부실기업이 조직개혁과 경영혁신을 통해 빠르게 흑자경영으로 돌아서는 것을 뜻하는 말.


일본인 경영컨설턴트인 사에구사 다다시가 '턴어라운드 경영'이라는 저서를 낸 후 경영학의 '관용어'로 자리잡게 됐다.


서 사장은 강의에서 "부실기업을 되살리는 것은 일반 기업의 경영혁신보다 몇 배나 어려운 일"이라며 "빠른 시간 내 수익성이 없는 조직을 도려내고 조직내부의 '인적 쇄신'을 이뤄야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망하는 기업의 특징 =2001년 말 현대오일뱅크는 4천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 최악의 경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2001년 11월 CEO로 부임한 후 맨 처음 한 일은 '왜 이렇게 회사 상황이 안 좋아졌을까'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회사 조직을 한 달여 간 관찰한 결과 '망하는 기업의 특징'을 골고루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망하는 기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조직원들이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회사 상황을 숨기기에 바쁘고 직원들은 회사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


회사조직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공통점이다.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수출부문에서 1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었지만 생산량은 사상 최대였다.


생산부서가 영업부서쪽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증산에만 골몰하다 생긴 일이었다.


그밖에도 △비효율적인 업무 시스템 △토론 없는 회의 문화 △소홀한 현장경영 △호봉제와 연공서열에 의한 인사체제 등이 당시 현대오일뱅크가 갖고 있던 문제였다.



◆ 위기공감이 턴어라운드의 시작 =CEO들은 위기를 정확하게 직원들에게 인식시켜야 조직이 긴장하고 구조조정을 위한 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CEO가 된 지 두 달째인 2002년 1월.


현대오일뱅크 기획조정실이 시작한 일은 위기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직원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8차례 경영설명회를 벌여 대규모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직원들의 대부분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동감했고 힘을 얻은 경영진은 '수술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오일뱅크는 2002년 비수익성 자산 9백억원어치를 매각했고 영업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비용의 지출은 모두 중단했다.


전체 직원의 30%에 달하는 6백여명의 직원을 해고시킨 것도 2002년의 일이었다.


또 '오픈2005'라는 비전 아래 3백50개에 달하는 혁신 과제를 한꺼번에 수행했다.



◆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강도 높은 구조조정 끝에 현대오일뱅크는 2002년 말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매출은 1조원가량 줄었지만 2001년 3천9백10억원의 적자에서 2002년 5백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현대오일뱅크는 6월까지 매출 2조9천2백40억원에 2천2백9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가 '턴어라운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적쇄신'이 제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직원 숫자는 줄였지만 개별 직원에게 지급하는 월급은 줄이지 않았다.


직원들에 대한 교육에는 정상경영일 때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철저한 능력급제를 도입했다.


업무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임원은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할 정도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