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딜로이트 컨설팅 서울사무소에는 독일사무소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사무소 컨설턴트들이 글로벌 지식베이스(Global knowledge base.딜로이트 각 지역 사무소들의 컨설팅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구성한 데이터 베이스)에 올린 SK텔레콤의 CRM(고객관계관리) 사례를 독일의 한 이동통신회사에 소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독일사무소의 요청으로 딜로이트 서울사무소는 이 독일 이동통신회사의 실무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SK텔레콤측과의 미팅을 주선했다.

세분화된 고객의 성향에 따라 독특한 마케팅 활동을 벌인 SK텔레콤의 CRM 성공사례는 이런 과정을 거쳐 지구 반대편 독일에까지 전파됐다.

전 세계 글로벌 컨설팅 펌들의 관심이 자사의 서울사무소로 쏠리고 있다.

서울사무소가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각종 노하우,성공 사례들이 잇따라 해외 고객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5년 전만 해도 해외 기업들의 선진 경영기법을 국내에 소개하기 바빴던 국내 사무소의 컨설턴트들이 이제는 당당히 '한 수 가르쳐주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초고속 인터넷,휴대폰 등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부문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는 최근 일본의 대표적 IT기업인 NTT도코모에 한국의 통화연결음,무선랜,온라인 엔터테인먼트,모바일 금융 등 선진 IT 사례를 소개했다.

모니터그룹 액센추어 AT커니 등의 서울사무소들도 최근 들어 한 달에 한 두번쯤은 해외 사무소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받는다.

대부분이 이동통신,초고속 인터넷 동향에 대한 질문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

이를 통해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전세계 통신회사들이 속속 방한해 국내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서울 사무소의 파트너급 컨설턴트들이 해외 사무소의 프로젝트에 파견되기도 한다.

반도체 LCD 철강산업처럼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도 마찬가지.

최근 세계적 IT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는 서울사무소가 수행한 동부철강의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전사적전략경영(SEM) 프로젝트를 우수사례로 선정,지난달초 호주에서 개최된 SAP 사파이어 행사(시스템통합 우수사례 발표 행사)에서 발표했다.

컨설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사들에 대한 비밀 유지 때문에 외부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춘 국내 기업들의 성공사례는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컨설팅 펌 서울사무소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에 소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범식 모니터그룹 부사장은 "컨설팅 회사들은 산업과 함께 성장하기 때문에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강해질수록 서울사무소의 역할도 증대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국내 컨설팅 업계는 지난 10년간 지식축적 단계를 거쳤고 이제는 쌓인 지식들을 관리하고 이를 해외 사무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