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들어 국회 풍속도가 "확" 달라졌다.

지난 5월30일 새 국회가 출범한 이후 의원들의 복장에서 의사결정과정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

◆복장 파괴=감색 양복에 줄무늬 넥타이는 과거 정치인들에게는 정형화된 복장이었다.

16대 국회만 해도 정장을 입지 않고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은 금기시됐다.

1년 전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콤비차림으로 본회의장에서 의원선서를 하려다 "나이트클럽 가냐"는 비아냥대는 소리를 들으며 선서도 못한채 단상에서 내려오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17대는 복장부터 자유화됐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지난 14일 넥타이를 매지 않고 점퍼차림으로 대정부질문을 벌였다.

단 의원은 이날 검은색 점퍼차림에 하늘색 와이셔츠를 받쳐입었다.

어디에도 야유는 없었다.

◆중진·소장파 뒤바뀐 위상=과거 정치에서는 통상 중진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자연 중진이 정치의 중심에 섰고 이들의 '정치놀음'에 초선들은 소외되기 일쑤였다.

자연 비주류는 주로 소장파 몫이었다.

열린우리당의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도 16대때는 대표적인 비주류였다.

17대에서는 소장파가 당당히 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여당은 1백8명이나 되는 초선의 힘이 막강해 "중요한 결정은 초선에 물어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중진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설 땅은 어디냐"는 자조섞인 불평이 터져 나온다.

◆사라진 저격수=과거 국회에서'저격수'를 꼽으라면 손쉽게 지목할 의원들이 있었지만 17대에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소장파들이 궂은 일을 안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기를 잡겠다고 얘기하면 물어뜯겠다는 판에 저격수가 돼 달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 한 중진의원의 말이 이를 함축한다.

◆하향결정은 옛말=참여정부에 '토론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었듯이 정치권에도 크고 작은 이슈에 대한 토론이 일상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하향식 의사결정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거꾸로 지도부의 '말발'이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여당의 대규모 반란표가 대표적 사례다.

중요한 이슈마다 소신파들이 뜻을 굽히지 않아 지도부가 애를 태우기 일쑤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