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외국기관들이 잇달아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 주목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한 나라 경기가 침체 하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수정 전망치를 내놓고 있는 대내외 예측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반기별 우리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한 나라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나쁜 것은 무엇보다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대표적 체감경기 지표인 신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 Ⅱ,실업률+소비자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를 산출해 보면 내년까지 우리 국민들의 체감경기 악화 정도는 경쟁국 가운데 가장 높게 나온다.

앞으로 체감경기가 계속해서 악화될 경우 정책당국과 국민들이 서로 따로 노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심화되고 우리 경제는 이헌재 부총리의 지적대로 우울증·무기력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 부총리의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정국 경제가 우울증에 걸리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정부가 어떤 신호(signal)를 보낸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반응(response)을 하지 않는 현상이다.

요즘 우리 국민들은 현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액면 그대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같다.

전형적인 '좀비 경제(zombie economy)' 조짐이다.

우울증이 좀더 진행되면 비이성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경제에 있어서 비이성적인 행동은 아무래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잘못됐다고 보는 '이분법 경제(dichotomy economy)'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분법 경제는 위기론이 거론될 만큼 안 좋은 경제에 있어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적(敵)이다.

경제는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 나라 경제가 '네 탓 경제' 혹은 이분법 경제에 걸리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제도적인 틀이 흔들리기 때문에 그 위에서 활동하는 경제주체들은 혼돈하게 되고 혼돈된 경제주체들이 만들어 내는 각종 경제통계와 가격변수는 믿을 수 없는 쓰레기(dummy)가 된다.

우울증이 지속되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택한다.

경제에서 자살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경제 하고자 하는 심리,경제생명력을 꺾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정책당국의 반시장적인 경제정책,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기업들이 조국을 등지는 행위 등을 들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현상들이 우리 경제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우리 경제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자와 경제주체들의 극복의지가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경제각료들은 최근 경기부진이 '내탓이오'라는 겸허한 자세에서 현 경제상황을 인식하고 기업과 국민들을 섬긴다는 자세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경제 하고자 하는 심리,즉 근로자 정신과 기업가 정신과 같은 경제생명력이 되살아나 한국경제가 '좀비 경제'에서 '시그널 경제'로,'이분법 경제'에서 '화합·통합 경제'로,'제2 중남미 경제'에서 '제2의 일본경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