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서 사탄을 일컫는 루시퍼(Lucifer)는 라틴어로 '빛(lux)을 가져오는(ferre) 자'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샛별(금성)을 의미했다.

천사였던 루시퍼는 천상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천사장 미카엘에게 패한 뒤 지상으로 내쳐져 사탄의 고유명사가 됐다.

영화나 소설에서 악역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미국 심리학자 하워드 블룸은 여기에 착안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루시퍼 원리'를 제시했다.

유전자 보존 같은 이기적 목적은 개체를 넘어 집단이나 종족 전체의 수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체의 극단적인 이타적 행위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고, 자기조직화하면 예상치 못한 특성이 나타난다.

작은 물방울도 바다를 이루면 파도와 해일이 되는 것처럼 다수라는 표면 위에서 개인은 밀려다닌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마오쩌둥이 선동한 홍위병이나, 일제의 가미카제와 알 카에다 자살특공대를 설명할 수 있다.

니체의 말처럼 '광기'(狂氣)는 개인에게는 예외이지만 집단에서는 '법칙'이 된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각종 파문ㆍ논란ㆍ갈등을 보면 '루시퍼 원리'가 지배하는 듯하다.

상호 파괴적인 집단 대(對) 집단, 광기 대 광기의 대결구도와 다름없다.

그것도 "네가 아무리 착한 일을 해도 너는 나쁘다"라는 전제를 깔고서.

7월도 벌써 하순이다.

이번 주는 묵은 현안들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신행정수도 이전 공청회에 이어 국가기관 이전계획이 21일 확정돼 또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노동계 하투(夏鬪)는 파업중인 LG칼텍스정유와 더불어 서울ㆍ부산ㆍ대구ㆍ인천 지하철노조 파업(21일 예정) 여부가 막바지 고비가 될 듯 싶다.

경제위기론을 극구 부인해 온 정부도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서 낙관론을 접는 분위기다.

산업자원부의 3ㆍ4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와 통계청의 6월중 고용동향(이상 20일)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조이기' 일변도였던 부동산정책이 건설경기 경착륙 우려 속에 '풀어주기'로 선회한 가운데 내년 시행될 부동산 보유세 관련 공청회(22일)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 주초 차관급 인사가 있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한ㆍ일 양국 정상은 21,22일 제주에서 만난다.

북핵이 핵심의제다.

본격 휴가철에 들면서 집요하고 끈질겼던 장마도 끝이 보인다.

20일은 초복이다.

그래서인지 무수한 펀치에 그로기가 된 권투선수처럼 우리 마음도, 경제도 물 먹은 솜 같은 느낌이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