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들이 잇따르고 있어 보통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세계경제 회복세가 이미 정점을 지나 주요 선진국 성장률이 내년에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의 분석이나,중국의 2·4분기 성장률이 긴축경제의 여파로 예상보다 훨씬 낮은 9.6%로 둔화된 것 등 우리 경제에 매우 비관적인 신호들만 보더라도 그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수출 핵심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올 하반기 이후 순환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부문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과 LCD의 부진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에서도 그런 조짐을 읽을 수 있다.

결국 이런 조짐들은 앞으로의 수출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가 자칫 심각한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적신호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수와 투자가 전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출호조라는 경제의 버팀목마저 사라진다면 성장기반의 상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로 인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주요 민간연구기관이나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5%에도 훨씬 못미치는 3~4%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잇따라 내놓는 등 이미 내년 경제악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같은 불황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수출이 둔화되면 내수가 성장동력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지만 투자와 소비가 살아날 전망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자신감 부족으로 소비와 투자부진이 더욱 심화되면서 성장잠재력마저 갉아먹고 있는 실정임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다급한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없이 되풀이해 강조해온 것이긴 하지만 정부는 정책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기업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투자마인드를 되살려 주는 동시에 소비촉진을 통한 내수경기 부양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세계 경제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 이후에도 우리 경제의 침체가 지속될 것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편성은 경기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

어느 때보다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이 강조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