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이소.경기가 나쁘긴 여기도 마찬가지라예."

조선소의 호황으로 '강아지들도 1만원권 지폐를 물고 다닌다'던 거제도.그러나 점심 식사를 위해 찾은 한 식당의 주인은 "거제도 경기가 좋다는 얘기는 외지인들이 지어낸 말에 불과하다"며 투덜댔다.

신현읍 장평리 삼성중공업 인근의 이 횟집은 점심시간이 한창인데도 1백여석 중 10석 정도만 차 있을 뿐이다.

인근의 다른 음식점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옥포 근처의 유흥가도 상당수 음식점들이 영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 지역 조선업체들이 올해 수주목표를 상반기에 다 채웠을 정도로 호황을 거듭하고 있지만 거리는 예상과는 달리 썰렁하다.

밤거리가 불야성을 이룬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체임이 있길 합니까,월급이 줄길 했습니까. 두 조선소에 풀리는 임금이 한달에 6백억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월급을 많이 받으면 뭐합니까. 분위기는 거꾸로 가고 있는데요. 수출이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조선소 근로자들의 지갑이 닫힌 지는 이미 오래됐습니다."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근로자들이 제조업 평균보다 많은 월급과 보너스를 받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고 있었다.

업체들도 회식을 자제하는 등 불요불급한 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선 소재인 철강재값이 올라 원가절감에 적극 나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소비성 비용을 쓰는데는 왠지 주저하게 된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인근 부산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최대 수출항인 부산의 지역경기도 살아날 것 같지만 이 지역 상인들은 장사가 안되긴 똑같다며 아우성이다.

컨테이너선을 실은 트럭이며 배가 쉴 새 없이 항구를 드나들고 있지만 소비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수출이 잘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내수도 살아날 것"이라는 정부 관료들의 주장은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거제=정태웅 산업부 기자 redael@hankyung.com